사망보험금, 보험계약으로 효력
#. A씨는 숨진 남편의 사망보험금 12억원을 남편의 내연녀가 수령했다는 얘길 듣게 된다. 남편이 숨지기 4년전인 2013년, 자신이 가입한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내연녀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내연녀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류분은 고인(피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다. 남편은 생전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여서 기각됐다. A 씨는 남편 사망 당시 재산 2억원과 함께 채무 5억원에 대해, 한정승인을 신고했고 결국 상속액은 0원이 됐다.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유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변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다. A씨와 B씨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일까. 대법원은 보험 수익자 변경이 남편이 사망하기 1년 이전에 이루어졌고, 수익자를 변경할 당시 남편과 내연녀가 A씨에게 돌아갈 유류분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2004년에도 대법원은 “보험 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 수익자로 맺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상속인은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 사건의 관계자를 부인, 남편, 내연녀가 아닌 엄마, 아빠, 자녀로 바꿔도 상황은 비슷해진다. 빚만 남기고 사망한 아빠의 채무를 엄마가 한정승인했고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는 자녀로 지정한 경우다. 이 경우 부인이 사망한 남편의 채무를 상속받지 않아도 자녀는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한부모 가정’에서, 부모를 등한시한 자녀와 형편은 어렵지만 항상 부모를 간병한 자녀에 대한 사망보험금 지급 문제도 비슷하다. 한 부모 가정일 경우 법정상속비율은 두 자녀가 1대 1로 동일하다. 피상속인 사망 시, 상속인들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부모는 자신을 간병한 자녀에게 더 많은 상속 재산을 물려주고 싶을 수 있다.
이 경우 사전에 ‘사망보험금 상속인 지정 서비스(수익자지정)’를 통해 사망 보험금이 원하는 자녀에게 지급되게 할 수 있다. 사망보험금이 보험 계약의 효력으로 발생하는 상속인의 고유 재산이라는 개념이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류분이라는 법리와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 수익자를 지정하는 계약을 바탕으로 보험금이 지급되고, 이는 보험 수익자의 고유 재산에 해당된다는 생명 보험의 취지가 반영된 사례들”이라며 “첫 번째 사례의 경우 도의적으로는 혼인 관계자이자 유일한 상속인인 A씨, 즉 아내가 보험금을 받는 게 마땅하지만 실제 법리 해석에서 보험 계약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
[도움말: KDB생명 상품마케팅 김상묵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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