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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풀 꺾인 美물가...인플레 수치에 널뛰는 한국경제 [이슈 분석]
CPI 7.7%...9개월만에 최소
연준 “금리인상 속도 느려질 수도”
美인플레 정점 낙관 판단 일러
美고용시장 호조, 강달러 변수
한은 11월 0.25%P 인상 전망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숫자 하나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미국 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7.7% 올랐다는 소식에 미국 나스닥 지수는 하루만에 7.35% 폭등했다. 11일 국내 증시도 3% 넘게 올랐으며,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일 이후 두 달여만에 1340원대로 내려왔다. 엔/달러 환율 역시 약 두 달만에 달러당 140엔대로 떨어졌다. 시장에 팽배했던 위험회피 신호가 한층 약해진 셈이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모처럼 훈풍을 탄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간 전세계 자산 시장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졌다. ▶관련기사 3·4면

실제, 미국 물가상승률 7.7%는 올해 1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망치 7.9%를 밑돌았으며,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4%로 전문가 전망치(0.6%)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망치를 밑돌아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불을 지폈다.

CPI 수치 발표 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12월 빅스텝 가능성이 종전 57%에서 이날 오전 기준 80.6%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최종금리 역시 5%를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6%대 기준금리’ 시대의 귀환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하룻새 바뀐 셈이다.

하지만 7.7%라는 숫자에 낙관하는 것은 이르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물가상승률 상승폭이 여전히 높은데다, 골칫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주거비용 부담은 1990년 8월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고다. 게다가 석 달 간 하락하던 에너지 물가지수도 다시 상승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흐름이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 “겨울이 지나면 에너지 가격도 불확실하고 목표치(2%)에 비해 7%는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 경기가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에도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거센 긴축이 이어졌음에도 미국 고용시장은 호조를 거듭하고 있다. 이달 4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26만1000개 늘어나 시장 전망치(19만3000개 증가)를 웃돌았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지만, 인상 중단 또는 인하로 가는 것은 아니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충분히 제약적인 스탠스에 가까워지면서 금리인상의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50bp(1bp=0.01%포인트)의 인상도 여전히 커다란 규모”라고 밝혔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곧 적절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인상 속도 둔화가 완화적인 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도 한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변동성에 춤을 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은행으로선 이달 빅스텝 압박에서 한층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간 금리차 1%포인트가 벌어진 상황인데, 미국이 물가상승률을 잡지 못해 자이언트스텝이 또다시 이뤄지게 되면 한은 역시 2연속 빅스텝 압박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자금시장이 뚜렷하게 안정된다는 느낌이 없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60원 가까이 떨어진 만큼 빅스텝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준경 교수는 “국내 증시는 미국이 속도 조절한다는 시그널을 보냈으니 당연히 당분간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서지용 교수 역시 “미국 증시 오르면 우리도 단기간 급등 이뤄질 것이나 기준금리 인상이나 달러 강세, 중국 경기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수요 감소 등 악재는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줬던 ‘강달러’ 기조는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다소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 선전을 하면서 강달러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거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강달러를 지지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가 여전하고 미국이 기준금리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 미국 채권시장 쪽으로 몰리고 있어 달러 강세에 대한 기조는 당연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윤·박자연·김광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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