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최소 98만3000가구는 주거비 과부담
계층 하락 위기 가구, 연령 낮고 가구원수 많아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무주택·1주택 중산층 5가구 중 1가구가 주거비 과부담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빌리거나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매우 커 중산층에서 이탈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계층 하락이 우려되는 이들 가구는 평균 연령이 낮고 가구원 수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중산층 주택 장기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수립·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통계청의 2021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중산층 1057만가구 중 최소 98만3000가구(9.0%)가 주거비 과부담에 노출돼 있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층 하락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무주택 임차 상태에 있는 중산층이 59만2000가구, 거주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은 1주택 중산층이 39만1000가구로 각각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무주택 임차가구 296만가구 중 15.1%인 44만8000가구는 소득 대비 임대료(RIR) 비율이 30%를 넘는 임대료 과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는 192만가구 중 18.0%인 34만6000가구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는 과다 채무 상태로 확인됐는데, 이중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구가 16만8000가구(8.8%)로 집계됐다. 금융 부채가 금융 자산보다 많아 빚을 갚아 원리금 상환액을 줄일 수 없는 가구도 8만2000가구(4.2%) 수준이었다.
중복가구를 제외하면 전체 무주택 임차가구의 약 20%가 주거비 과부담 상태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특히 이들 가구는 임대료 또는 기존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전월세 보증금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연구원은 꼬집었다.
주택 관련 부채가 있는 1주택 자가가구를 살펴보면 전체 196만가구 가운데 22.2%인 43만6000가구가 과다 채무에 놓여 있었다. 11.9%인 23만3000가구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었으며 17.8%인 34만9000가구는 금융자산이 부채에 잠식된 한계가구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1주택 중산층 자가가구의 약 20%가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해 임차인으로 전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원은 풀이했다. 한계가구의 경우 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때 주거비 과부담에서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길이 주택 자산 매각뿐이라고 봤다.
주거비 과부담으로 계층 하락이 우려되는 중산층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 10살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구원 수도 약 0.2~0.4명 많았다. 청년 가구의 중산층 이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로 읽힌다.
연구원은 주택 소비 확장기에 있는 젊은 가구가 중장년 가구에 비해 원리금 상환액 혹은 매달 월세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임에도 무리를 해서 주택을 소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집값이 급등한 지난 2년간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패닉바잉(공황구매)이 크게 늘어난 결과이기도 하다.
연구원은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집값 상승률과 치솟는 물가,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대출 상환 부담 등으로 중산층 지위가 약화되며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애 수석연구원은 “중산층은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계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지원 대상 계층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 부침과 이슈에 의존하지 않는 중산층 주택 장기 공급 계획을 수립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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