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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광장] 아티스트 심리케어 제도화 시급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즉시성과 접근성이 강한 디지털 유통 환경이 득세한 가운데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의 흥행과 수상, 그룹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의 활약으로 ‘K-컬처’가 세계 문화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시장 매출 규모도 우리의 경제력보다 높은 세계 7위로 평가되었다(2021년 기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발표). 2019년에는 무려 세계 6위였다. 이런 위상 변화 속에 우리 배우들과 가수들의 해외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렇게 ‘K-컬처’가 우리의 국격과 자부심의 상징이 된 요즘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K-컬처’에 대한 호평과 찬사에 가려져 후진적 수준에서 방치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심리 케어 문제다.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로 분위기가 스산한 이 가을, 한류열풍의 큰 기여자인 아티스트 설리와 구하라의 3주기를 접하는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중 한 사람이 필자의 제자이기에 가슴은 더욱 미어진다. 그래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의무로 여겨진다.

해마다 자신이 처한 내적인 문제로 비극을 맞이하거나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금지된 약물’의 유혹에 빠지는 아티스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우려가 앞선다. 아티스트들은 선천적인 경우도 많지만 예술적 목표에 대한 지향으로 누구보다 정서가 풍부하고 감정에 민감하다.

더욱이 맡은 캐릭터의 페르소나에 몰입해 카메라나 무대를 통해 선보여야 하기에 매일 훈련을 통해 감정표현의 달인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투사된 캐릭터로 전환하고 역투사로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 연일 정신적 피폐감, 대인기피증, 환청작용, 어지럼증,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티스트의 내적 고통은 이렇듯 일반적인 ‘정신병증’이 아니라 페르소나 전환이 일상인 직업에서 비롯되는 ‘특수한 직업적 증상’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심리적 경험을 현실인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지각해 벌어지는 다양한 증상들이 개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직업적 증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존재감 상실로 이어져 위기에 이른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그러나 아티스트들은 이미지가 나빠져 생계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문제를 선뜻 고백하지 못한다. 정신병력자로 치부될까 봐 병원 상담도 기피한다.

아티스트 전문 심리케어 전문가가 육성되어 작품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행 대중문화산업발전법에도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교육 지원’이란 선언적 문구만 있을 뿐이다. 이제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갖추고 전문가를 육성해 이들의 ‘말 못 할 고통’을 처치해줄 ‘아티스트심리케어센터’를 설립할 때가 되었다. 예술인단체 등과 협의해 정부와 국회가 이 분야의 정책을 마련하면 된다. ‘문화강국’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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