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지주가 최근 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95조 원 규모의 유동성 및 자금 지원에 나선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금융당국이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 이어 이번엔 금융지주 자금 담장 임원들을 소집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큰 틀에서 시장 안정 방안을 정한뒤 이뤄진 실무진 간 첫 만남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각 금융지주별 유동성 지원 현황을 되짚고, 향후 자금 공급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와 은행권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7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국 주재로 오는 18일 금융지주 재무 관련 임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형주 금융정책국장이, 은행에서는 전무급인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김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KB·농협·신한·우리·하나) 회장단 간담회 이후 성사된 후속 조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회장단과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권이 시장 안정, 실물경제 및 취약 차주 지원 등 시장 원칙에 기초한 자금 중개 기능을 통해 자금 시장의 원활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를 공식 정례화하고, 실무진 간 상시 회의 채널도 구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당초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 5대 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가지려 했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우선 실무진간 논의를 먼저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열리는 첫 실무진간 회의에서는 각 은행들의 그간 자금 공급 실적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급격히 얼어붙었던 단기자금시장이 다소 풀리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위축 및 한국전력 자금난 이슈가 불씨로 남아있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 또한 정부와 금융권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올 연말까지 총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큰 틀에서 보면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안펀드·증안펀드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 10조원 등이다. 여기에 채권시장 자금이 은행채로 쏠리는 구축효과를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는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18일 소집 통보를 받았고, 현재로서는 금융사 실적이나 현안에 대해 자료 공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큰 틀에서 나왔던 자금지원 방안을 사별 현황에 맞게 논의하고, 시행하기 위해 당국과 교감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던 모습. 연합뉴스

다만, 이번 실무진 회의에선 95조원에 대한 세부적인 지원방안을 추가로 논의하더라도, 개별 항목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자리는 회장단과 위원장 간 만남 이후 조금 더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전체 95조원이라는 수치 안에는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 부분도 들어가 있는데, 유동성 공급을 알린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이를 세부적으로 나눌 경우 시장에 혼선만 줄 수 있어 개별 사항에 대해서는 외부로 알리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지주 등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유동성 지원 액수를 단순히 더하면 최대 200조원에 이른다. 이는 직·간접적 조치와 중복되는 부분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이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유동성 지원을 반기면서도 신규 자금 공급액을 따지면 이에 훨씬 못미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