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의 영향 커
높은 문턱도 저조한 실적 원인으로 지적
안심전환대출도 실효성 논란에
무주택 전세입자 차별 지적도
한국주택금융공사 중부지사에 붙은 안심전환대출 안내문.[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정책금융이 흥행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신청은 5%에 그쳤고, 주택담보대출 대상 저금리 대환 정책인 ‘안심전환대출’ 또한 시장 반응이 차갑다. 시장에선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17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신청 차주는 1만379명, 채무액은 총 1조558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출발기금은 지난달 27~30일 온라인 사전신청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일 공식 출범해 접수를 개시했다. 그러나 공식 출범 3일 만에 신청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또 금융당국은 당초 새출발기금 지원 규모를 30조원으로, 지원 대상은 최대 40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출범 한 달여가 지난 상황에서도 조정신청액은 전체 규모의 5%, 신청자 수는 예상치의 2.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흥행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상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해당 정책을 최대 3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만기연장을 택하지 않고 신용카드 발급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는 채무조정을 택할 유인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새출발기금은 3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한 경우에 한해 ‘부실차주’로 인정해 채무조정을 진행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하면서까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지난 9월 신청이 시작돼 최근 신청 요건이 완화된 ‘안심전환대출’ 또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16일 기준 누적 접수 실적은 5만4156건, 규모는 6조4954억원으로 총 공급 규모의 26% 정도에 불과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금리 주담대를 3%대 장기 및 고정금리로 대환해주는 정책 상품이다. 금리는 연 3.7%~4.0%가 적용된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의 수요가 기대보다 저조하자 지난 7일부터 신청요건을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상향했다. 주택가격 조건은 4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확대됐고, 소득 기준은 기존 부부합산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증액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주택 가격 상한선이 현실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도권 주택 종합 매매 평균가격은 6억5770만원이다. 서울 주택 평균 가격도 9억2694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안심전환대출 적용 주택가격 기준이 계약가격이 아닌 KB부동산 시세라는 것도, 실수요자들이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 요인이다. 주택가격 하락기 급매 거래가 통계 반영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실제 6억원 미만에 거래됐다 하더라도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정책 자체의 형평성과 부작용 관련된 논란도 이어진다. 특히 정부가 내집마련 관련 정책금융 상품은 내놓으면서 전세입자의 금리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세입자 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재원 조달이 전세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우려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MBS)을 활용해 안심전환대출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해당 증권 발행이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겨, 여타 차주들의 금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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