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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광장] 글로벌 위기 극복, ‘임무 중심 R&D’로

기술패권 경쟁, 기후위기 등 글로벌 이슈 해결과 잠재성장률 제고, 국민복지 증진 등을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학기술이 경제·사회적 난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임무중심 R&D다. ‘임무중심 R&D 혁신체계’는 국가가 당면한 도전과제 해결이라는 임무를 정해진 시간 내에 달성하기 위한 R&D와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 전반을 지칭한다.

이미 주요국은 다양한 임무중심 R&D를 시도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과 변혁적 기술로 유명한 미국 DARPA는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을 임무 삼아 R&D에 집중 투자한다. EU는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변화, 암, 바다와 물, 탄소중립, 토양 식량이라는 5대 임무에 대해 2030년까지의 목표를 설정하고 R&D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고속철도,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등의 세계적 성과를 창출했고, 최근에는 한국형발사체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 바 있다. 기존에는 기술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임무중심 R&D가 추진됐다면, 오늘날 임무중심 R&D는 국민의 삶과 보다 가까운 영역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분야이다.

최근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과 전략을 담고 있다. 전략기술별로 명확한 국가 차원의 임무와 기술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임무지향적 범부처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전략적 예산배분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탄소중립은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명확한 국가적 임무가 제시된 상황에서 온실가스감축 기여를 위한 부문별(산업, 수송, 건물 등) R&D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R&D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 부처가 참여하는 임무중심 R&D 혁신체계를 적용한다.

임무중심 R&D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명확한 임무 설정이다. 임무와 목표는 명확한 방향성과 더불어 기한이 명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임무와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 기업, 연구자,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민간의 의견을 상시 청취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임무중심 R&D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액션 플랜도 마련해야 한다.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맞춤형 R&D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 R&D 프로젝트에는 강력한 재량권을 가진 연구책임자를 임명하고, 임무중심 예산 배분 및 전략적 예산 지원, 유연한 사업 운영, 임무중심 R&D에 특화된 평가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일선의 연구자들이 오로지 임무 달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오늘날 기술패권 경쟁과 기후변화와 같이 우리를 둘러싼 기정학(技政學)적 위기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길 요구하고 있다. 임무중심 R&D 정착을 통해 그동안 축적해온 과학기술 역량이 국가 임무 달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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