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에 작황 부진 수확량 뚝
건고추·생강·양파 등 농산물값 ↑
상품성 낮지만 가격 경쟁력 우수
떨이·B급 취급 상품 인식 달라져
대형마트 고객 96% ‘재구매’ 의사
최근 고금리·고물가에 농산물 가격까지 오르면서 ‘못난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못생겨서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에 대한 매력도가 크게 높아지면서다. 지난해만 해도 대부분 폐기된 B급 상품이 올해 들어 못난이 상품으로 재탄생 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형마트의 못난이 농산물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김장철을 앞두고 가을철 생육 부진으로 무 값이 개당 2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홈플러스가 판매 중인 못난이 무 판매량도 늘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못난이 무 판매량은 일반 무 대비 각각 ▷8월 25% ▷9월 85% ▷10월 44%나 됐다. 일반 무가 100개 팔렸다고 가정했을 때 10월에는 못난이 무가 44개 팔렸다는 의미다.
홈플러스는 7월부터 사과, 토마토, 밀감 등 ‘맛난이 과일’과 무, 양파, 감자 등 ‘맛난이 채소’를 판매 중이다. 맛난이라는 이름은 ‘못나도 맛은 좋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이상기온, 폭우, 태풍으로 수확량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B급 못난이 과일과 채소를 맛난이 품목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맛난이 품목은 일반 농산물 대비 약 20~30% 저렴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올 여름부터 못난이 상품의 판매량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B+급 못난이 과일·채소를 ‘상생 과일·채소’이라는 이름으로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올해 3분기까지 못난이 농산물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보다 무려 200% 이상 신장했다.
여기에 롯데마트는 자투리 육포, 대용량 김자반 등도 새로 출시했다. 육포는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 각 잡힌 모양으로 자르는 성형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버려지는 자투리 육포를 모아 일반 상품 대비 10% 저렴한 육포를 선보인 것이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 파트너사와 손잡고 대형마트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300g 대용량 김자반도 내놨다. 김자반은 일반적으로 50~70g 정도의 소용량 상품이 대다수다.
이 같은 못난이 상품의 인기는 고물가 여파가 크다. 9월에만 해도 포기당 1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금(金)배추’로 불리던 배추 가격은 최근 들어 하락세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 농산물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무(20kg)의 평균 도매가격은 16일 기준 1만452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620원이나 올랐다. 생강의 경우 지난해보다 2.5배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떨이’, ‘B급’으로 평가 절하된 못난이 상품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농산물 구매 실태와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는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매 이유로는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46%)’, ‘품질에 큰 차이가 없음(28%)’이 꼽혔다. 구매 경험자의 96%가 재구매 의사를 보였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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