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전세가 1억원대까지 하락
잔금 여력 부족한 집주인 전세 하락 주도
비규제지역 되면서 매매시 LTV 80%도 가능
“인근 김포 콤팩트시티 조성은 집값에 장기 악재”
김포 장릉 경관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한 때 철거 논란이 불거졌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세 단지 모습. 이 중 두 단지는 입주를 마쳤고, ‘대방디에트르더힐’ 단지가 마지막으로 입주에 들어섰다.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전세 매물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철거 논란이 일었던 검단신도시 ‘왕릉뷰’ 아파트 입주가 막바지에 접어들며 낮은 가격의 전세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집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아 이른바 ‘깡통전세’로 불리는 전용 84㎡ 중엔 전셋값이 1억8000만원에 나온 것도 있었다. 잔금을 위해 전세를 구하려는 투자자들이 전세를 내놓으면서 2억원대 초중반의 매물이 즐비했다.
18일 이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이 곳 단지 세 곳 중 두 곳은 이미 입주가 끝났다. 지난달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입주기간이 잡힌 마지막 ‘대방디에트르더힐’ 아파트에서 전세 물건이 많았다.
이 아파트 전세 매물 중에는 전용 84㎡ 신축이 1억8000만원에 나와 있었다. 저가 전세가 늘어나면서 중개업소마다 전화는 물론 방문객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서구 원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기저기서 가격을 보고 부동산에 전화가 오고 있다”며 “다만 집주인 융자가 2억원이라 채권최고액(120%) 감안하면 2억4000만원이 잡혀 있는 물건이 많고, 분양가가 4억원이라 이미 전세금과 융자 합하면 분양가의 100%를 초과해 위험한 매물”이라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나중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후순위라 민사소송을 해서 직접 받아내야 하는 등 위험도가 매우 크다”며 “그래서 문의는 엄청나게 오는데 막상 선뜻 계약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극단적인 케이스 외에도 이 단지에는 낮은 가격의 전세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 수요로 분양을 받은 이들이 잔금을 위해 전세를 맞추기 위한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엔 계약금 10% 정도만 자기자본으로 내고, 나머지 중도금은 대출로, 잔금을 전세를 받아 해결하려는 수분양자가 대부분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있고, 전세 시세는 잔금 규모에 맞춰 최저가로 나오는 분위기다. 전용 84㎡ 기준으론 2억3000만원~2억4000만원에서 전세보증금이 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선에서 안심전세대출이 가능한 수준이 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계약이 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현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던 50대 A씨는 “서울에서 2억5000만원으로는 빌라 전세밖에 못 구하는데 여기는 원하는 동, 층까지 골라서 계약할 수 있다”며 “이 정도 가격 메리트면 검단까지 올 만 하다”고 말했다.
대출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집주인 중에는 아예 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분양받은 금액에 4000만원 정도를 웃돈(프리미엄)으로 얹는 경우가 많았다. 84㎡ 기준 4억4000만원이 평균 호가다. 최근 인천시가 비규제지역이 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80%까지도 가능해진 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원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를 알아보는 손님에게 매매도 권하고 있다”며 “여기 분양받은 사람들이 정말 급하게 내놓은 가격이라 오르면 올랐지 더 떨어질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김포 콤팩트시티는 복병이다. 국토부는 지난 11일 김포시 양촌읍·장기동·마산동·운양동 일원 731만㎡ 부지에 4만6000호 규모의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검단신도시와도 지척에 있는 위치라 공급이 집중되면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 아파트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30대 B씨는 “그렇잖아도 인천에 공급이 쏟아지는데 김포신도시까지 생기면 집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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