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상 적정이자율 4.6%
차용증·이자 지급내역 갖추면 증여 피해
이자 수취자, 종합소득세 대상·건보료 증액은 고려해야
증거 부족하면 명의신탁 오해받을 수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5억원에 전세 입주할 생각이다. 현재 미래 배우자와 자신이 모은 돈 2억원에 기존에 증여받았던 5000만원 등을 마련한 상태다.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다 대출 한도는 좁아지자 A씨는 나머지 부족분을 부모님에게서 추가로 충당키로 했다.
시중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세무법인에 가족 간 개인거래를 문의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상단이 8%대까지 육박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세법상 정해놓은 적정 이자율만 내면 금액 제한 없이, 저리로 부모에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보다 ‘엄빠 찬스’가 더 유리한 고금리 시대의 단면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따르면 특수 관계자 간 자금 대여 시에는 연 4.6%를 적정 이자율로 명시하고 있다. 적정 이자율은 과거 연 9%까지 달했으나, 2010년 8.5%로 낮아진 뒤 2016년부터 4.6%를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세청이 현실에 맞게 적정 이자율 범위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 범위 또한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다.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사실혼 포함) ▷친생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입양된 자 및 그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비속 배우자의 2촌 이내의 혈족과 그 배우자 등이다. 금액 제한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부모 등 특수관계인과 대출 계약시 연 4.6%의 이자율을 지급한다면 1000억원, 1조원을 빌려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과거 연 0%대 저금리 상황에서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적정 이자율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현실에서는 사인(私人)간 거래가 더 유리해진 셈이다. 최근 은행권 주담대, 신용대출 금리는 8% 상단을 향해가고 있다.
백종원 세무법인 와이즈 대표세무사는 “금전 거래 형태를 가지면 증여 이슈를 피할 수 있는데다, 자금을 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따라 자식으로부터 받은 이자에 원천징수세율을 지방세 포함해 27.5%만 내면된다”며 “시중은행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대출 한도가 많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가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분간 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은 연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75∼5.25% 사이의 어딘가가 합리적인 상륙 지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또한 “정책금리가 제약적인 수준이 되려면 최소 5%에서 5.25%까지 인상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최대 7%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3.75∼4%인 점을 감안하면 3%포인트까지 추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자를 받는 부모라면 비영업대금 이익 외에 다른 이자소득을 합산해 2000만원을 넘길 경우를 고려해야한다. 만일 종합소득세 대상이 된다면 세금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백 세무사는 “만일 이자소득이 1000만원을 넘기는 지역가입자라면 건강보험료도 증액된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자녀에게 지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지만, 세금 부담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증여 이슈를 확실히 피하기 않기 위해서는 차용증 등 서류는 물론이고, 거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철저하게 확보할 필요도 있다. 안지영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국세청이 가족간 금전대여를 볼때 증거가 불충분하면 아예 대여 원금 자체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며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에 대한 공증을 받은 뒤 차용증에 정해진 기간과 내용에 따라 이자 지급도 계좌 이체 내역에 꼬박꼬박 찍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체시 적요에도 구체적인 ‘년, 월, 일, 이체 목적’을 기재하는 것이 향후 문제소지를 없앨 수 있다.
특히 주택을 구입할 때, 가족간 사인거래가 늘어나는데 증거가 불충분하면 명의신탁으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명의신탁이란 소유관계를 공시하도록 된 재산에 대해 소유자 명의를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는 것을 말한다. 명의신탁은 부동산 실명법에서 형사처벌 및 과징금 대상일 뿐 아니라, 향후 부모님이 돌아가실 경우 상속재산으로 신고해야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안 변호사는 “만일 명의신탁으로 인정될 경우 명의신탁자는 5년이하 징역 또는 2억 이하 벌금(공소시효 7년)을,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 (공소시효 5년)을 받을 수 있다”며 “명의신탁자에 기준시가의 5~30%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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