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
금리인상기에 2금융권·대부업의 대출문턱마저 높아지자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린 저신용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노린 불법사금융 수법도 진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불법사금융 척결을 언급했지만, 적발이 쉽지 않아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은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32다. 전년동기(-22) 대비 10포인트 줄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낼수록 대출을 꺼린다는 뜻이다.
저신용자에겐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 1·2위인 러시앤캐시와 리드코프는 신규 가계 대출을 대폭 축소했다.
돈을 융통하기 어렵게 된 저신용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불법사금융을 찾게 되는 지경이다. 생활고를 겪는 A씨는 불법사금융으로 100만원을 빌렸다. 업체는 30만원을 선이자 명목을 챙겼다. 일주일 뒤 13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지만 A씨는 상환하지 못했다. 업자들은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일주일에 20만원씩 연체수수료를 물어야 했고, 총 70만원을 빌린 A씨의 상환금은 두달만에 300만원으로 불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미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229%에 달했다. 1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에는 연 7000%를 넘는 이자율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집계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건수는 5823건이다. 작년엔 7287건으로, 이 추세라면 올해 피해건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경쟁을 줄이려 저축은행 등의 예대율 규제 비율을 완화하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한 대부업권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저신용자의 제도권 대출 문턱을 낮추려면 법정최고금리 조정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 동안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적 있는 저신용자 1만7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73.5%는 불법임을 인지하고도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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