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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왜 지금이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야 할 때인가?

지난 9월 13일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으며, 이를 토대로 9월 20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기재위원장)이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11월 중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와 집권당은 재정운용의 폭을 넓히려고 재정준칙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반면, 야당은 정부와 집권당의 세력확대를 억제하고자 재정준칙 제정에 적극적인 것이 전례였는데, 이번 정부에서 정부와 집권당이 스스로 재정준칙 제정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만큼 우리나라 재정위기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명시적인 재정준칙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 세계로부터 ‘건전재정 모범국’으로 인정받아 온 이유는 다름 아니라 역대 정부에 걸쳐 관행적으로 ‘국가채무비율 40%’라는 암묵적인 마지노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부채관리 불문율이 무너짐에 따라 국가채무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 재정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각종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재정건전성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년간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율이 선진국보다 2.5배 빨리 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면서 “중기적으로 GDP의 60%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IMF는 ‘재정점검보고서 ’를 통해 올해 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의 부채(D2)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비기축통화국 11개 선진국의 평균을 넘어서고 앞으로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처럼 재정여건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더 이상 마음을 놓고 있거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과거 우리가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를 잘 견뎌낸 주된 요인이 바로 ‘건전한 재정상태 ’였음은 세계가 인정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 재정의 방파제에 금이 가면서 만일 둑이 터지는 날에는 우리도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처럼 국가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재정준칙 법제화의 의미는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준칙기준을 변경·폐기할 가능성을 방지하고 정부 스스로가 구속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국가신용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현재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의 60% 이상이 헌법 또는 법률에 근거한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대적 대세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6년 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했던 재정건전화법(일명 부채제한법)의 입법취지를 다시 한번 소환해본다. “우리나라 재정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 이에 따른 복지 비용의 증가 및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인하여 향후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재정여건은 그 당시에 비해서 결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재정준칙 입법취지가 지금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 재정에 위기경보가 울리는 이때 어떤 형태로든 명시적으로 재정준칙을 법제화 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만일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앞으로 나랏빚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서 결국은 취약계층과 미래세대에 큰 고통을 주게 될 것임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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