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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CP 금리 20% 육박에 대기업도 현금확보 비상…자금경색 위기 언제까지
우량 대기업도 자금 조달 난항
HL만도는 사옥 매각해 현금확보
한은 베이비스텝 무게…추가 ABCP 매입
유동성 총력 대응에도 “정상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 소요”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정부가 각종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긴장도는 여전히 높다. 일부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금리는 연 20%를 돌파했고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자 대기업마저 고금리 기업어음(CP)에 연명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금리인상 기조 역시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라 시장의 긴장감이 단기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특수목적회사(SPC) 파인우노가 발행하고 GS건설이 신용보강한 잔존만기 39일짜리 PF ABCP(A2+등급)는 연 20.3~21.0% 금리에 거래됐다. PF ABCP 금리는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전까지 연 3~4% 안팎을 유지했으나 이후 급격히 상승해 지난달 중순에는 연 7~9% 수준으로 올랐다. 이달 중순 증권사나 건설사가 신용보강한 PF ABCP 금리는 대체로 10~15%대 육박한다.

이달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PF ABCP 잔액은 16조9000억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 중 절반에 가깝고,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도 4조9000억원 수준이다. 연말까지 만기가 많다는 점은 자금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금시장 경색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한편 우량 대기업도 CP 발행에 눈을 돌린 상황이다.

실제 최근 삼성중공업 두 차례에 걸쳐 2년물 연 금리 7.1%에 500억원, 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시장의 큰 손이었던 SK는 3년물과 5년물 CP 1000억원씩을 발행했다.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았던 HL만도의 경우 올해는 사옥 매각과 단기차입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시장에 돈이 안 돌자 갖고 있는 자산을 팔아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것이다.

기업들의 자금 확보 노력은 CP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91물 CP 금리는 전날(22일) 연 5.38%까지 치솟았다. 국고채 3년물과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간의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도 1.655%포인트로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고채가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한 상황에서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리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2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국내 자금경색 상황을 고려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25bp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21일 1조8000억원을 풀어 증권사 보증 PF ABCP를 매입하는 등 추가 유동성 대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정책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을 비롯해 특수기관, 은행과 증권사까지 연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담하고 있다”면서 “이미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현재 훼손된 투자심리는 단기에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내년 연초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 위기 국면을 넘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크레딧 채권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럽다면서 “현재의 자금경색·크레딧 위축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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