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휘청속 부채부담 증가
채권 부실화 연쇄부도 가능성 커
‘시스템 리스크’ 전이 우려도
고금리 속 경기침체 전망이 짙어지면서 도미노 채권부도가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유동성 위기가 오고,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가가 최우선’이라는 한 목소리의 정책기조에서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으로 일부 중심이 옮겨가는 까닭이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까지 모두 우리나라 다음해 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았다. 기획재정부도 다음달 중순 발표하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률 하향전망 속에서도 각 기관은 글로벌 경기둔화, 기업 및 가계의 부실채권 증가 가능성 등 하향 요인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각 기관이 밝힌 위험요인을 살펴보면 다음해 우리나라 경제가 살얼음판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땐 상황이 낫다고 하지만, 부실이 시작되면 언제든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 내수도 수출도 경제를 떠받칠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채 부담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다음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8월 당시의 3.7%에서 이날 3.6%로 소폭 내렸다.
소비 증가 폭 감소와 수출 위축이 요인이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보복소비가 일부 기조를 이어가겠으나, 올해 수준으로 성장을 견인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세계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요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OECD의 분석을 보면 보다 구체적인 경고를 인지할 수 있다. OECD는 다음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전망에서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 다음해인 2024년 성장률도 1.9%로 내다봤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은 조정하지 않았다. 다음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9%로 9월과 동일하다. 세 기관 중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가장 높다.
기본적으로 수출 위축과 소비 증가 폭 감소를 우리나라 경제 하방요인으로 봤지만, 추가적인 위험도 경고했다. 부채 부담과 기업 부실 확대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OECD는 긴축정책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세가 둔화하고 주택시장이 부진하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가 모멘텀(동력)을 잃을 것”이라며 “부채 상환 부담 확대에 따른 주택가격 조정 가속화와 기업 부실 확대도 소비·투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DI는 금리 속도조절론을 권고했다. KDI는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한은, OECD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은 3.2%로 전망해 한은보다 0.4%포인트, OECD보다 0.7%포인트 낮게 잡았다.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완만한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에 이어졌다. 민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내수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천천히 올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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