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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 대체우유, 비건만 마시나

매일유업이 지난 10월 초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식물성 대체우유 ‘어메이징 오트’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이달 6일 문을 닫았다. 기자간담회 당시 성수동 구석에 자리 잡은 탓에 ‘과연 여기까지 소비자들이 찾아올까’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5일 지인과 함께 다시 찾은 어메이징오트 카페 앞에는 줄이 20m 넘게 이어져 있었다. 결국 커피맛도 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식물성 단백질 얘기를 꺼내면 “비건(완벽한 채식주의자)들만 먹는 것 아니냐” “진짜 우유보다 맛있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메이징오트 카페의 긴 줄이 증명하듯 소비자들은 “더 건강해서” “우유보다 더 맛있어서” 등의 이유로 식물성 대체우유를 선택하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특히 맛에 있어서 식물성 우유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는 “우유와 맛이 똑같다”가 아닌 “고소하고 맛있다”였다. 두유를 마실 때 우유와 같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대체우유 역시 하나의 ‘음료’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대체육 시장도 변하고 있다. 기존 대체육들은 ‘고기와 맛이 비슷한’ ‘육(肉)즙도 놓치지 않는’ ‘고기 식감’ 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육류를 찾는 소비자에게 소구하기 위해서는 고기와 최대한 유사한 제품을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고기를 모방하고 대체하는 대신 식품 다양성 차원에서 식물성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일례로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제품인 ‘베러미트’를 홍보할 때 대체육이 아닌 ‘대안육’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한다는 의미 대신 다양한 단백질 중 식물성 단백질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식물성 음료를 만드는 CJ제일제당의 사내벤처팀 ‘얼티브(ALTIVE)’도 대체우유라는 단어 대신 ‘플랜트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유에 얽매이지 않고 더 나은 맛, 영양 성분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이름 역시 영어 ‘alternative(대안의)’에서 따와 식물성 우유로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식물성 단백질뿐만 아니라 이제 시장 초기 단계인 배양육에서도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배양육도 미래 식품 원료로 인정하면서 내년 6월이면 본격적으로 배양육 제품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배양 갑각류, 돼지고기 배양육 등 제품 개발은 끝난 단계다.

물론 식물성 단백질보다 배양육이 진짜 고기와 맛과 식감이 유사하겠지만 그것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반 년 뒤 배양육을 처음 접한다면 “배양육이라면서 삼겹살이랑 왜 똑같지 않나” “스테이크 같은 육즙을 구현할 수 있나” 등의 반응은 잠시 접어두고 환경과 인간을 위한 더 나은 대안, 식품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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