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줄여 블랙홀현상 완화
채안펀드 5조원 추가 확충
규제 추가 완화…단기자금 숨통
회사채·CP 매입도 서둘러 집행
정부가 경기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돈맥경화(통화유통 속도 저하)’를 차단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채권시장 수요를 빨아들일 수 있는 국고채·공공채 발행물량을 대폭 줄이고,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2차 ‘캐피털콜(펀드자금 인출 요청)’을 실시한다. 특히 캐피털콜을 실시하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는 한국은행이 출자금 유동성 50%를 제공한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를 5조원 확대하는 한편, 5조원 규모의 미분양 PF 대출 보증 신설 등을 내년 1월부터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기업 및 시장의 유동성 개선을 위해 산은·기은·신보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등도 보다 신속하게 집행키로 했다.
정부는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채권시장 수급 안정 및 기업 유동성 개선, 부동산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과 최상목 경세수석이 참석했다. ▶관련기사 3·15면
이번 대책을 보면 정부는 국고채 발행 물량을 11월 9조5000억원에서 12월 3조8000억원으로 줄인다. 국고채가 시장에서 채권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함으로써 민간기업으로 가는 자금이 줄어드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 물량 축소, 시기 분산, 은행대출 전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책지원 프로그램의 채권 매입여력도 확대한다. 펀드자금을 인출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3조원 규모 1차 캐피털콜에 이어 내년 1월까지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콜을 실시해 채권 매입여력을 확충하고, 캐피털콜 참여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 채권(RP)’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출자금의 50% 이내,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지원된다.
캐피털콜 참여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6조원 수준의 RP 매입과는 별도의 유동성 지원이다. 83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91일물 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제공하며, 3개월마다 시장 상황 개선 정도 등을 고려해 지원 지속을 위한 차환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도 이날 발표됐다. 정부는 부동산 PF 보증규모를 5조원 확대하고, 미분양 PF 대출 보증을 5조원 규모로 신설해 내년 1월 1일부터 실시된다. 애초 내년 2월 시행 예정이었던 것을 한달 앞당긴 것이다. 이에 내년 말까지 공급하는 PF 보증 규모는 총 15조원으로 확대된다.
건설사 ‘PF ABCP(PF 담보 어음)’ 매입프로그램 1조원은 수요조사 심사가 진행 후 개시된다. 이번주부터 매입이 시작된다. 산업은행은 증권사 발행 CP 매입 프로그램 심사기간을 10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줄여 속도를 올린다. 또 정책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CP 차환물 매입 시엔 만기도 일부 연장해줄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동산 PF·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A2 등급 CP 등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완화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 한시적 완화 ▷은행 예대율 규제 추가 완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규제완화 방안도 시행된다.
추 부총리는 “단기자금시장 중심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고, 금리인상에 따른 은행권으로의 자금이동 등 업권별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도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말까지 주요국 물가발표 및 금리결정 등 주요 이벤트가 남아 있어 금융시장에 대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불안 시 적기 대응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