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IB·브로커리지 호황으로 배당금 ↑
유동성 위기·업황부진 겹쳐 배당 재원 감소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12월의 선물’ 배당 시즌이 돌아왔다. 연말 투자자들이 주머니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고배당 업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고배당주로 꼽혔던 증권업종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관심을 돌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기에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배당 수익률 추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배당수익률 및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증권 6.33% ▷NH투자증권 5.23% ▷미래에셋증권 3.14% ▷키움증권 2.52%다. 작년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배당수익률이 7%대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주가 역시 작년보다 하락해 실제 배당금은 배당수익률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당수익률 추정치에 현재 주가를 반영한 주당 배당금은 ▷삼성증권 2225원 ▷NH투자증권 496원 ▷ 미래에셋증권 208원 ▷키움증권 2321원이다.
증권사는 작년까지 주당 배당금을 대폭 늘려왔다. 증시 활황으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었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비롯한 IB(기업금융) 부문에서도 호조를 보이며 배당에 쓸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주당 배당금은 3800원으로 2019년(1700원)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NH투자증권 역시 500원에서 1050원으로 올라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올해는 브로커리지와 IB부문 모두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각 증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미래에셋증권 2108억원 ▷NH투자증권 1774억원 ▷키움증권 1610억원 ▷삼성증권 1570억원이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키움증권은 35%, NH투자증권은 24% 이상 감소했다.
단기금융시장의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배당 성향까지 줄어들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CP(기업 어음) 91일물 금리는 지난 29일 기준 4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금 확보가 시급한 증권사 입장에선 배당으로 나가는 현금마저 줄일 가능성이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등 유동성 이슈가 있어 증권업종 전반의 배당 기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굳이 따지자면 배당 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별로 올해 배당수익률 추정치를 내고는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유동성이 좋지 않고 내년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높아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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