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도 예외 아냐…고금리 적응해라
은행, 대출문턱 더 높인다
서울시내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의사, 변호사 등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직의 대출 금리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이미 11%대를 넘어선 가운데 전문직들 또한 연 6~8%대를 고금리를 부담해야하는 상태다.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 강화로 여신한도를 빡빡하게 가져가고 있는 만큼 전문직들을 유치하기 위해 모셔가던 영업점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의사·판사·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전문직 대출 상품의 금리 밴드는 최소 연 6.12%에서 최대 8.523%까지 형성돼 있다. 연 1%포인트(p) 안팎의 우대금리 혜택을 받는다 치더라도 6~7%대 금리는 감내해야한다는 얘기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직대출 금리가 급등한 것 또한 시장 금리의 빠른 움직임에 기인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전세대출 등을 지표로 삼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0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3.98%를 기록, 한 달만에 0.58%포인트(p) 뛰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2010년 공시 이후 최고치다.
금리가 이렇게 오르다보니 전문직 대출 또한 금리 인상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의 에이스전문직무보증대출을 보면 불과 1년전인 2021년 11월 30일 금리는 3.51~4.41%였으나, 정확히 1년 후인 지난 11월 30일 금리 밴드는 6.71~7.61%로 오른 상태다. 1년새 상하단이 3%포인트 이상 급등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문직 대출이라고해서 금리인상 영향을 피해갈 순 없지 않느냐”며 “과거 신용대출을 급격하게 조였던 것에 비해 대출한도를 높인 것만으로 전문직들에게 혜택을 넉넉하게 준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상담창구. [연합] |
이미 신용대출 금리는 두 자릿 수로 진입한 상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0월 국내 18개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취급 금리는 5.74%~11.10%로 집계됐다. 전달(5.25%~9.72%)에 비해 최저 금리 하단은 0.49%포인트(p) 높아지고, 최대 금리 상단은 1.38%p가 뛰었다.
다만 전문직 대출인만큼 한도는 비교적 여유있게 열어둔 상태다. 현재 은행들이 취급하는 전문직 신용대출의 경우 한도가 2억~2억5000만원 사이로 형성돼있다. 불과 1년전만해도 저금리로 신용대출 잔액이 급등하자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출 조이기를 했던 것보다는 완화해줬던 것과는 다르다.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은행들은 개인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범위 이내로 제한한 바 있다.
또 다른 은행 영업점 관계자도 “전문직들이 고신용을 무기로 대출을 많이 실행해왔었다”며 “금리 부담은 생겼어도 한도는 비교적 이전보다 풀렸으니 감당 가능 한 범위 내에서 이제는 전문직도 고금리에 적응해 자금 계획을 짜야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전문직 대출을 포함해 앞으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금리 인상이 속도조절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추가 상승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약 차주 등을 고려해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태다.
과거처럼 저금리를 틈타 신용대출을 받아 빚테크, 영끌을 하는 행태는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여기에 자산시장 부진으로 소비여력 등이 줄어든 만큼 내년 대출 시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최소한도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이 이미 역성장한데다 신용대출도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고금리로 은행권 리스크 관리에 대한 당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성장성·수익성·건전성 중에 내년에는 건전성 중심으로 대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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