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늘자 상가들 속속 개점
공실률 50% 37% 뚝...상권 활기
사라졌던 일본인 관광객도 급증
성탄장식 단장 롯데·신세계百 본점
한파에도 관광객들 인증샷 열기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던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180도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명동은 지난 3년간 상권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동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무려 50%까지 치솟았다. 점포 두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올해 3분기부터 새로운 매장들이 속속 문 열 채비를 하면서 공실률이 37%까지 떨어졌다. 중구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본점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은 11월 말부터는 명동을 찾는 ‘밤손님’까지 유독 많아졌다.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겨울한파에도 돌아온 내국인으로 명동은 북적이고 있다. 여기에 연말 분위기까지 어우러지면서 ‘팬데믹 회복’을 끝낸 모습이다.
11월 30일 오후 3시께 강추위로 얼어붙은 날씨에도 명동에는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과 내국인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명동 초입에 우뚝 솟아 있는 눈스퀘어에는 ‘스파오’에 이어 ‘아이더’가 새로 대규모 매장을 열었다. 내년 초 오픈을 목표로 ‘피파’는 임대계약을 마무리 중이다. 눈스퀘어 맞은편에는 ‘ABC마트’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고, ‘공실 지옥’으로 꼽혔던 거리 뒤편 샛길에는 커피전문점과 드러그스토어가 들어섰다. 명동성당 인근 엠플라자에서는 ‘아디다스’의 대형 점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11월의 마지막날인 30일 저녁 서울 명동을 찾은 시민이 트리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치장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파사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안경찬 PD |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그간 보기 어려웠던 노점상들이 모처럼 진을 치고 손님 맞기에 바빴다. 철판에 생고기를 채소와 굽는 가게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고 주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지금 나에게 절대 말을 걸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듯 호떡을 만드는 데에만 열중했던 노점상 주인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판촉행사를 하는 드러그스토어 아르바이트생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에서 나온 일본어 관광가이드들은 새빨간 코트를 입고 관광객에게 지리정보를 안내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화려하게 수놓은 조명들이 반짝이는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얼굴이 얼얼해질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거리 곳곳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특히 ‘크리스마스 드림 모멘트’ 콘셉트로 클래식하게 분위기를 연출한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다양한 국적의 언어가 들렸다. 일본에서 온 니키(22) 씨는 “한국에 여행 오기 3개월 전부터 항공권을 구매하고 기다렸다”고 했다. 호주인 러셀(29) 씨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호주와 날씨가 정반대인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열흘간(11월 19~28일)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외국인 구매객 수는 11월 초(9~18일)에 비해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인 구매객 수는 무려 90%가 증가하며 매출이 120% 늘었다.
3분간 재생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 미디어파사드 영상에는 크리스마스기차를 타고 설경 위를 달려 도착한 마법의 성에서 펼쳐지는 파티 내용이 담겼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린아(25)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사람이 2~3배는 더 붐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 지하철 승·하차 인원 집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명동역 승·하차 인원은 각각 78만명과 83만명이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8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12월 연말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승·하차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관광객을 포함한 유동인구 수, 상권 매출 등 각종 지표에서 명동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명동상권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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