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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K ’의 시대를 대하는 자세

“나는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해. 아니, 그런 날이 오면 우리나라 가수가 ‘빌보드 핫 100’ 1위라도 하게? 알아, 알아. 내가 뭐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월드컵 4강 진출 같은 소리한 거. 아, 꿈도 못 꿔? ‘꿈은 이루어진다’ 몰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와 화제가 된 대사 중 일부다. 1996년 ‘뉴욕 필름마켓’을 방문한 주인공의 형이 언젠가 우리나라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상대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는 상상을 하며 내뱉는 말이다. 주인공은 형의 말에 흠칫 놀란다. 미래에서 온 주인공은 이 모든 ‘공상과학 만화 같은’ ‘꿈같은’ 상황이 현실로 이뤄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꿈같은 상황에서 성장한 세대는 꿈의 스케일도 다르다. 이번 월드컵을 3대가 함께 본 지인의 이야기다. 첫 경기를 앞두고 할아버지는 초등학생 손자에게 “이번에 대한민국이 몇 등을 할 것 같냐”고 물었다. 손자는 “1등”이라고 말했다. 각각 후진국·개발도상국·선진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사고방식도 명확히 달랐다. 할아버지가 ‘우리가 무슨 (1등)’이라는 마음이었다면, 아빠는 ‘우리도 언젠가’, 손자는 ‘우리가 당연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는 ‘K-콘텐츠’의 막강한 힘을 실감하는, 바야흐로 ‘K’의 전성기에 살고 있다. 앞에 ‘K’만 붙이면 무엇이든 말이 되는 신기한 지점에 와 있다. 현재 기자의 담당인 유통 분야에서도 ‘K-편의점’ ‘K-푸드’ 등의 단어가 수시로 들린다. 아무데나 ‘K’를 갖다붙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건 실체가 없을 때 이야기이고 지금은 분명한 성과가 우리 앞에 와 있다. 단순히 ‘국뽕(국가와 필로폰의 일본식 발음인 히로뽕의 합성어)’에 취해서 ‘K’를 외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농심의 올해 북미 지역 매출(4억8600만달러 추정)은 전년 대비 23% 증가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도 비비고가 해외에서 약진하면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84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1.8% 증가했다. 한국 토종 편의점인 GS25와 CU도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지역에서 선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기 상품에도 떡볶이 같은 ‘K-푸드’가 이름을 올린다.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가슴 벅찬 말이지만 사실 그 이후가 더 중요한 말이다. 중국 시장을 휩쓸던 ‘K-뷰티’가 현재 중국에서 위상이 하락한 것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꿈이 이뤄진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K’는 불가능하다. ‘K’를 ‘국뽕’이라고 평가절하하지도 말고, 현재 성과에 너무 취해 있지도 말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현재 우리 기업들의 숙명이다. 그리고 다시 축구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축구도 당연히 지금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 1위’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초등학생의 순수한 애국심이 불러온 말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미래에는 모를 일이지 않은가. 미래에서 온 누군가가 이 ‘예언 글’을 읽고 놀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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