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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아시아나 노선 양도로 기업결합 승인
런던 슬롯 7개 외항사에 넘겨
아시아나 실적악화 불가피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합병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현지 항공사에 넘겨주는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CMA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출한 독과점 해소 방안을 수용함에 따라 두 기업은 합병 관련 영국의 승인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르면 내년 1월 26일, 늦어도 3월 23일까지 결정될 예정이다. 영국의 승인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남은 주요국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 슬롯 전부를 현지 항공사인 버진애틀랙틱항공에 남겨주는 방안으로 CMA의 승인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히스로공항에 각각 10개, 7개의 슬롯을 보유 중이다.

즉 버진애틀랜틱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넘겨받은 7개의 슬롯을 모두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 항공사는 인천~런던 운항이 주 17회에서 10회로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런던 운항 중단으로 매출 감소 등 사업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영국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이 미국 등 주요국의 승인을 위해 이같은 방안으로 독과점 해소에 나설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사실상 독립적인 항공사로의 사업 기반을 상실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의 여객 노선별 매출 비중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기준으로 보면 미주(19%), 중국(17%), 유럽(15%), 일본(10%) 등의 순이다. 결국 여객 매출의 60% 가량을 각각 현지 항공사에 넘겨주는 꼴이다. 화물 노선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화물 노선별 매출 비중은 미주(49%), 유럽(19%), 중국(8%), 일본(4%) 등 80%에 이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장 많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알짜 노선을 외국항공사에 내어주고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승인을 얻는 것”이라며 “이는 양사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게 된 목적인 항공운송사업 경쟁력 제고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노선을 잃은 상황에 양사의 합병이 불발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 찾기는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추진 무산에 이어 대한항공까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 M&A는 다시 난항을 겪게 된다. 김성미 기자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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