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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법인세 인하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었다.

“수천억원이 넘는 금융기관 대출이 갑자기 만기 연장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룹 내 자금을 겨우 끌어모아 갚았지만 정말 아찔했습니다. 이렇게 망할 수 있구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연장이 돼도 금리가 배 이상 올라 자금압박이 너무 큽니다.”

재계 30위권 기업의 최근 실제 이야기다.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은 내년 걱정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긴장하고 있다. 경제위기 태풍이 잇따라 예고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성장의 핵심인 수출, 소비, 투자 모두 부진이 예상된다.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기업은 해마다 성장을 해야 살아남는다. 이익이 나야 주주에게 배당도,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 기업이든, 가계든 힘들 때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 규제를 개선하고 세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인세 인하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가 25%로 올린 최고세율을 낮춰 세 부담을 줄이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를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같은 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22%로 인하 후 2년 유예라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요지부동이다.

법인세는 지금 당장 인하돼야 한다. 그래도 늦었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1.2%다.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은 20%다. 한국은 지방세를 포함하면 27.5%다. 야당의 부자감세는 정치프레임이다. 부동산세금이 반면교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집값을 잡는다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했다. 각종 우려에도 징벌적 과세가 단행됐다. 그 여파는 집값 및 전셋값 상승 등 집 없는 서민에게 미쳤다. 결국 집값도 못 잡고, 민심만 이반됐다. 정권은 5년 만에 교체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최근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끝까지 반대하다 여론의 역풍에 밀려 마지못해 수용했다.

부자와 서민으로의 갈라치기식 정치수법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표는 그렇게 계산될지 모르지만 경제는 단순하지 않다. 특히 대기업을 부자와 등식화하는 것을 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법인인 삼성전자 이익이 커진다고 이재용 회장이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이 아니다. 주주와 종업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자금 여력이 줄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실업률이 늘고 소비는 줄어든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또한 약화된다. 수출엔 악영향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중소 협력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야당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민이 선택한 현 정부의 철학에 동조하기 싫은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사실 경제위기 앞에서 법인세 인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각종 재난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큰 위기에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게 그리 힘든 일인가. 국가경제를 위한 대승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가 내년에도 화두가 돼선 안 된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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