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제공 1곳 빼곤,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절반이 전분기 대비 증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금리가 높아 넣었는데, 5000만원까진 예금자 보호 되는 거죠?”
한 푼이라도 더 이자를 주는 고금리 상품을 찾아 뭉칫돈이 이동하면서 저축은행이 시중 자금을 대거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새 기준금리가 ‘제로금리(0%대 기준금리)’에서 3.25%까지 오르면서,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서 돈을 빼 예금상품에 넣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단 뜻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 이자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저축은행에 소비자들이 돈을 쓸어넣는 동시에 건전성 지표는 악화되고 있어,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말잔)은 118조682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96조751억원) 대비 22조6071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고금리 예금을 내놓은 저축은행에는 1년 새 조단위 뭉칫돈이 흘러들어갔다.
저축은행중앙회 집계 결과 현재 연 6%에 육박하는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저축은행은 모두 14곳이다. 이 중 ▷OK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머스트삼일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 4곳은 12개월 기준 연 5.9%의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을 판매하고 있고, ▷OSB저축은행 ▷대한저축은행 ▷동양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유니온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한성저축은행 등 10곳은 연 5.8% 금리의 예금을 판매 중이다.
고금리 예금상품 덕에 이들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일제히 크게 늘었다. 각 사 공시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3분기 말 총수신은 11조79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4111억원 불어났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조9761억원 늘어난 7조4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상인저축은행(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 8339억원), 키움저축은행(6953억원), 대신저축은행(6046억원), 바로저축은행(3644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2845억원), OSB저축은행(2410억원), 예가람저축은행(1274억원), 대한저축은행(1172억원) 등도 수신 잔고가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수신 잔고가 크게 늘어난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데 있다.
14개 저축은행 중 가장 증가액이 적은 대한저축은행 단 1곳을 제외하곤 일제히 BIS 자기자본비율이 1년 전보다 낮아졌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로,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자기자금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과 안전성이 확보돼 있어 향후 위기 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저축은행은 17.88%에서 14.65%로 3.23%포인트(p) 떨어졌고, 한성저축은행은 1.96%p 내려갔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1.58%p 하락하며 자기자본비율이 9%대로 떨어졌다.
유니온저축은행(-1.35%p), 머스트삼일저축은행(-1.26%p), 예가람저축은행(-1.14%p), 동양저축은행(-0.96%p), 상상인저축은행(-0.86%p), OK저축은행(-0.66%p), 대신저축은행(-0.63%p), OSB저축은행(-0.57%p),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0.22%p), 키움저축은행(-0.20%p) 등도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졌다.
직전 2분기와 비교해도 절반이 넘는 8개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했다.
바로저축은행(-0.72%p), 한성저축은행(-0.69%p), 동양저축은행(-0.68%p), 예가람저축은행(-0.55%p), 한국투자저축은행(-0.42%p), OSB저축은행(-0.16%p), 키움저축은행(-0.09%p), 머스트삼일저축은행(-0.05%p)의 자기자본비율이 줄었다.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곳이 줄어들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절반이 증가세를 보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낮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높게 평가된다.
2분기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늘어난 곳은 ▷상상인저축은행(1.15%p) ▷머스트삼일저축은행(1.08%p) ▷OSB저축은행(1.01%p) ▷예가람저축은행(0.55%p) ▷한국투자저축은행(0.30%p) ▷OK저축은행(0.28%p) ▷키움저축은행(0.26%p) 등이다.
정윤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의 대출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3년 전 대비 70% 가까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건전성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되지만, 보호상한액에는 이자액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고금리 상품에 예금자 보호 한도액까지 넣었다가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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