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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인구소멸시대에도 도시는 진화한다

나의 어머니 8남매는 결혼해 모두 25명의 자녀를 낳았다. 각각 2~4명씩이다. 8남매와 결혼한 배우자를 포함해 16명이 25명의 자녀를 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이들의 자녀 25명은 모두 34명의 자녀를 낳았다. 대부분 1~2명만 낳고 말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1명 있다. 이 세대에선 배우자를 포함해 모두 49명이 34명을 ‘재생산’한 것이다. 어머니세대에서 자식세대로 내려올 땐 인구가 늘었지만 손자세대로 내려가면서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족은 이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이런 가족이 많으면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에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의 출산율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2021년 1명도 아니고 0.81명까지 떨어졌다. OECD 가입국 중 꼴찌다. 올해는 0.75명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엄청난 속도의 인구감소다. ‘인구소멸시대’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충남 시골마을이 고향인 어머니 8남매는 장녀인 큰이모를 제외하곤 모두 고향을 떠났다. 서울 2명을 포함해 6명이 수도권에 산다. 그들 자녀 25명 중에선 21명이 수도권에 산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수도권으로 모였다. 누군가는 대학을 다니기 위해 혹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왔다가 자리를 잡았다. 결혼도 도시에서 했다. 도시는 놀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다양하다. 젊은 사람들이 몰려 짝을 찾기도 쉽다.

인구소멸시대 수도권엔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소멸’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는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흐름을 진단하면서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가 온다”고 주장했다. 요즘 상황을 보면 부정하기 힘든 얘기다. 실제 빠르게 인구가 줄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도 도시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구이동이 제한됐던 최근 상황에도 사람들은 도시로 몰렸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는 2608만2000여명으로, 전년(2604만3000명)보다 3만9000명가량 늘었다. 이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50.4%가 수도권에 산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앞으로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예상이다. 인구감소가 진행될수록 도심에 모이는 게 모든 면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이에 맞춰 더 활발하게 일자리와 주거, 의료, 상업, 교육 등이 집약된 ‘압축도시’로 개발될 것이다.

어머니 8남매의 손자 손녀 34명은 이제 하나둘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됐다. 이들은 대부분 외아들이나 무남독녀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았다. 대부분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고, 아파트에서 머물렀다. 이들에게 아파트는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가 아니라 가장 편하고 포근한 삶의 보금자리다. 단지 내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동네 편의점, PC방은 이들의 놀이터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음식을 주문하면 문 앞으로 배달해놓는 건 이들의 일상이다.

그들이 느끼는 도시는 과거 부모세대가 체감했던 도시와 많이 다를 것이다. 도시는 그들의 필요와 욕망에 맞춰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인구소멸시대에도 도시의 진화는 계속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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