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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론·리볼빙 총부채 연봉보다 많아요”...카드빚 ‘시한폭탄’
쌓여만 가는 카드빚 우려 증폭
리볼빙 이월잔액 7.3조 돌파
연체 늘면 취약차주부터 붕괴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보기도
카드업계 관계자 분납수요 대응
“무이자 할부 니즈가 옮겨간 것”

#. 연소득이 3500만원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카드빚으로 일상생활이 압박을 받고 있다. 카드론, 리볼빙 총부채가 약 5900만원으로 연봉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카드 값을 한 번에 다 갚을 수가 없어 조금씩 신청한 리볼빙 잔액이 현재 카드사 두 곳을 합쳐 1200만원에 달한다.

#. S전자에 다니고 있는 직원 B씨는 결혼을 준비하다가 카드값의 20%만 지급하는 리볼빙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 결제일로 이월했다. 결혼자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가 없어서다. 하지만 정신없이 결혼식을 마치고 나니 리볼빙 잔액이 1500만원까지 불어 있었다. 이자율이 최대 24%까지 달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수개월을 일해도 갚지 못할 금액이라 막막하다고 한다.

국내 카드사의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잔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매달 크게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한 리볼빙 잔액의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를 축소하면서 리볼빙으로 결제 수요가 옮겨갔다는 설명이지만, 쌓여만 가는 카드빚은 언제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볼빙 잔액이 계속 증가할 경우, 이는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돼 취약 차주부터 도미노 붕괴 연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국내 주요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에 따르면 지난 11월 9개사의 리볼빙 이월잔액 합계는 7조3028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20.6%나 늘어난 수치다.

리볼빙 이월잔액(여신금융협회 기준)은 지난 9월 7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10월에는 전월에 비해 2%, 11월에는 1.9%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리볼빙은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값의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 결제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보통 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지만 이월된 금액을 한 번에 갚지 않으면 고금리가 적용돼 원금과 이자가 복리로 늘어나게 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리볼빙 이자율 밴드는 일시불의 경우 연 4.5%~20%, 단기 카드대출의 경우 연 4.9%~20%에 해당한다.

따라서 리볼빙 잔액 폭증을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리볼빙 잔액이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되고, 취약차주부터 차례로 ‘빚의 늪’에 허덕이는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리볼빙이나 무이자 할부가 모두 ‘분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아니냐”며 “당장 목돈을 결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이 무이자 할부를 많이 이용해왔는데 지난 10월 이후부터 조금씩 축소되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리볼빙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의 조달금리가 2배 넘게 오르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와 같은 서비스부터 축소 또는 중단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역시 대출 차주의 연체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리볼빙 잔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그 속도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근 카드 지출 금액 자체가 절대적으로 증가한 데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돼 리볼빙 수요가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볼빙 잔액이 오르는 건 금융 소비자들이 결제해야 할 카드대금을 뒤로 이연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에 대해선 공감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대량의 거액 부도가 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충당금을 미리 쌓도록 하는 등 (카드사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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