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불어닥쳤던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불과 2개월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정책에 출렁이는 미 증시를 대체할 시장으로 중화권 증시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부각한 ‘정치 리스크’ 와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초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경기 위축 불안이 촉발했던 ‘차이나 런’식의 자본 유출 현상과 전혀 다른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극적인 방역 완화 조치와 중국 정부의 잇따른 경기 부양책에 기관 투자금이 이미 중국을 향하는 모습이 뚜렷한 가운데, 부랴부랴 짐을 싸고 탈출했던 ‘중학개미(중국·홍콩 증시 투자 개인투자자)’까지 귀환하는 모양새다.

▶기관 이어 중학개미까지 中 컴백=중화권 증시를 향해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곳은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로 불리는 기관투자자다. QFII는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중국인 투자전용 주식(A주)을 직접 사들일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외국투자기관이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QFII는 ‘차이나 리스크’가 극대화된 지난 10월 129만9106달러(약 17억원)를 순매도했지만 11월 순매도 규모가 18만5783달러(약 2억원)로 줄었고, 12월(1~16일) 들어선 23만1615달러(약 3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관의 뒤를 따라 ‘중학개미’의 중화권 증시 주요 종목에 대한 순매수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빅테크와 부동산, 식료품 등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형성된 것이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2차 전지’ 관련주인 글로벌 최대 분리막업체 ‘윈난 뉴에너지 머티리얼’ 주식을 378만4614달러(약 49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액 순위로는 28위에 해당한다. ‘빅테크’ 업체인 ‘알리바바’(292만7538달러·약 38억원)와 ‘여행’ 관련주인 ‘KIU HUNG INTERNATIONAL’(251만8670달러·약 33억원)이 각각 38·4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식료품 제조 업체 하이디라오, 전기차 제조 업체 BYD, 부동산 관련주 시저우건설기계그룹(XCMG) 등에 중학개미의 돈이 몰렸다.

▶中·홍콩 증시 ‘훨훨’...中 ETF 수익률도 급상승=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뜨거운 이유는 각종 주가 지수의 호조 덕분이다. 11월 이후 홍콩H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27.4%, 6.7%, 5% 상승했다.

다른 주요 증시 추세와 비교했을 때도 중화권 시장의 성장세는 확연하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 시장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스닥 지수와 일본 니케이(NIKKEI) 지수는 각각 -0.1%, -1.7%, -1.6%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에 국내 상장 중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3개월 내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최근 1개월 내 수익률이 극적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는총 107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中의 親시장 정책, ‘시진핑 리스크’ 압도=증권업계는 중국의 ‘정치 리스크’를 중국 정부가 꺼내든 각종 ‘친(親)시장정책’이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통해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당시 ‘시진핑 예스맨’으로 주변 인물이 채워지고, 시장경제를 옹호해 온 경제통이 지도부에서 제외됐지만, 곧바로 꺼내든 코로나 방역정책 완화와 부동산 부양 정책 등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15~16일 열린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 속 성장’을 견지하고 내수 회복을 강조한 점도 호재란 평가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방 압력에 대한 위기의식은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 부양책과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 지원정책 강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기대 요인”이라고 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리오프닝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조언도 잇따른다. 이경연 대신증원 연구원은 “앞서 리오프닝을 경험한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위드 코로나가 시행돼도 확진자·사망자 수 급증 탓에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패턴을 보였다”며 “안정된 회복에 이르기까지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