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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5% 벽에 갇힌 ‘逆머니무브’...은행권 자금조달 ‘불안불안’
은행채 발행 일부 재개됐지만...
만기·차환 외 추가발행 힘들어
건전성 우려 줄어들지 않을 듯

거세게 불었던 ‘역(逆)머니무브’ 바람이 끝나가고 있다. 금리 인상과 함께 불었던 정기 예적금의 인기가 주춤한 탓이다. 지난달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억제된 이후 일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에 최근 은행채 발행이 막혀 수신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던 은행권은 난관에 봉착했다. 금융당국은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을 일부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여전히 추가 발행은 어려운 탓에 은행권의 불안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예적금 잔액도 하락세 전환...은행권 ‘자금조달’ 우려 현실화=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865조7250억원으로 전월 말(865조6500억원)에 비해 약 7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증가액이 3조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추세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5대 시중은행 중 3곳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기 예적금 잔액이 전월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금조달이다. 지난 9월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채권시장 경색에 은행채 쏠림 현상이 본격화되자, 유동성 문제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 이후 10월 말을 기점으로 은행채 발행이 최소화됐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실적은 지난 10월 21일 KB국민은행의 1400억원이 마지막이었다.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마저 억제하고 나서며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 ‘핵심 예금’도 연일 감소세...대출 공급 조절도 ‘난관’= 실제 은행권의 자금조달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말 기준 623조2405억원으로 전월(641조8091억원)에 비해 18조원 가량 줄었다. 710조원에 달했던 지난 6월과 비교했을 때 약 90조원 가량 빠져나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큰 ‘예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은행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대출 공급을 줄여 자본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당부와 함께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며 이 또한 어려운 선택지가 됐다. 실제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대출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대출 증가세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국이다. 교했을 때 15조원 줄어든 데 그쳤다.

▶은행채 발행 재개 됐지만...“만기 도래분 외 추가 발행 필요해”= 금융당국이 전날 은행채 발행을 일부 재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은행권의 고심은 여전하다. 만기 차환 외 추가적인 은행채 발행이 여전히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채 발행 자제 등 당국의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 예적금이 줄고,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며 국제결제은행(BIS) 위험가중치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은행들의 수신을 통한 자금조달 여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규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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