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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내년 전기요금發 물가상승폭 확대...경기침체 우려”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보고서
올 소비자물가 5.1%↑…24년來 최고
내년 글로벌 긴축 하방 압력 증대
전세가격 하락도 물가 하락 기여
당분간 5%안팎 상승률 이어갈듯
누적 비용 인상압력 둔화폭 제약
물가 중점에 둔 통화정책 지속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운영’을 예고하면서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물가가 당분간 5% 내외의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무엇보다 근원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목표 웃도는 수준 지속...물가 중점 통화정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하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대다수 의견”이라며 “아직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 상조”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재는 특히 “내년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한은이 낸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오르며 연간으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당분간 5% 내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와 관련해선 향후 국내외 성장 및 유가 흐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간 정책이 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한미간 금리차는 1.25%포인트로 22년 만에 최대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로 한 차례 더 올린 뒤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수정될 전망이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3.5%는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전제가 바뀌면 달라질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3.5%는 11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전체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은이 그렇게 간다든지, 정책에 대한 약속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안갯속 물가전망=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 둔화 저해 요인으론, 공공요금 인상 등을 꼽았다. 특히 내년 중 전기요금 인상폭은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상당폭 반영되면서 11월 전망 당시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가격과 임금 결정에 영향을 줘 고물가의 지속성을 높일 우려도 있다”며 “특히 내년중 전기요금 인상폭은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상당폭 반영되면서 11월 전망 당시의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70달러대로 낮아지면서 지난달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밑돌고 있고,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따라 수요측 하방압력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과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수요측 하방 압력으로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긴축 등에 따른 해외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증대되면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가 앞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또한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향후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물가는 연초 2%대 중반에서 지난달 4%대 초중반 수준으로 확대되며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외식물가는 9월 9.0%를 기록하며 30여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한층 높아진 데다, 임금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여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악화, 부동산 거래 위축...경기침체 우려 커져=한은은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봤다. 특히 소비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세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금(일인당 상용직 정액급여 기준) 상승세는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완만하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고용시장이 타이트한 가운데 그간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시차를 두고 임금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근원물가는 앞으로 금리 인상, 경기 하방 압력 증대, 주거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외식 등 개인서비스물가의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인한 전세 하락세도 상당 기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근원물가의 높은 지속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차효과), 일부 품목의 수급차질 해소 지연 등은 둔화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11월중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하며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했다. 한은은 “연간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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