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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올해가 ‘한파’였다면 내년엔 ‘빙하기’…절체절명 한 해 온다 [어떻게 보십니까 2023-반도체]
2023년 반도체산업 전망
올해 반도체 위기, ‘예고편’ 불과
내년 상반기 최정점 찍을 전망
하반기 반등도 불투명…금리인상등 변수
미-중 갈등·세계대전 속 한국 반도체 살릴 기회
“반도체 지원법안 경쟁력 체크·비메모리 투자 필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에서 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자타 공인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던 국내 반도체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파’ ‘혹한기’란 표현이 반도체업계의 꼬리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내년엔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며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반도체 세계대전’ 속에서 한국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예고편’에 불과…내년 상반기 ‘역대급’ 혹한기 온다=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시장 위기는 내년 상반기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력제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메모리 매출은 전년 대비 16.2% 감소할 예정이다. D램 매출은 18%, 낸드플래시 매출은 13.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내년 한국 ICT 수출이 올해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이미지. [신한투자증권]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매출의 66%(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무려 95%를 차지한다. ‘반도체 강국’이란 수식어도 이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시작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IT·가전 수요가 줄어들자 이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급격히 증가했다. 재고가 늘자 D램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22.46%, 3.74% 떨어졌다. 12월에는 더욱 하락하는 추세다.

내년 D램 재고는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요 위축에도 D램 생산이 지속됨에 따라 공급자 재고는 내년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며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올해보다 37.2% 하락하고 낸드의 평균 판매가격도 46%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반등이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통상 6개월~1년이면 메모리 반도체업황이 개선되지만 지금 분위기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다는 우려가 많다”며 “금리인상 등 외부적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면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빨간불’…허리띠 졸라매야 산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양대장의 내년 실적도 어둡다. SK하이닉스는 당장 올 4분기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 경우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의 첫 적자다.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M15 공장. [SK하이닉스 제공]

업계는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22.44% 하락한 35조587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전체 영업 손실 추정액은 1조3500여억원이다. 올 4분기 말 기준 재고일 수가 39.5주로 집계돼 사실상 10개월간 공장 가동 없이 재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감산을 공식화하고 및 설비투자 절감 등 비용 줄이기로 대응하고 있다.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17조4700억원)보다 50%가량 줄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절감을 본격화했다. 다만 인위적 감산이나 설비투자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들과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내년에도 전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TSMC에 내어줄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부진한 데 반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은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TSMC는 전 세계 1위 파운드리(비메모리) 반도체업체다.

▶美·中 사이 ‘넛크래커’된 한국…전 세계는 반도체 지원법 러시=내년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업계는 마치 호두까기에 끼인 호두와 같은 ‘넛크래커’ 상황에 놓였다.

[헤럴드경제DB]

최근 미국은 중국 반도체산업을 향한 봉쇄 조치의 고삐를 죄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6일 중국 국영 반도체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YMTC는 최근 세계 최초로 232단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애플은 앞서 YMTC가 만든 128단 낸드를 사용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로 이행하지 못했다.

중국은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생산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위안, 우리 돈 약 187조원 규모의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이 여전히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자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면 결국 대중 반도체 수출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반도체 세계대전 속에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경쟁국은 자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반도체기업에 지급하고 반도체기업의 자국 내 시설투자액에 대해 25%의 세금공제율을 적용한다. EU는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때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80%를 차지하던 일본도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5000억~1조엔 규모의 반도체산업지원기금을 조성해 향후 20년간 반도체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대전 ‘속도 싸움’…내년엔 한국 지원책 점검해야”=전문가들은 내년이 절체절명의 위기임은 맞지만 한국 반도체업계를 살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 각국이 반도체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수적이란 의미다.

김양팽 KIET 전문연구원은 “세계 각국에서 나오는 여러 반도체 지원법과 비교해 한국의 반도체 지원법이 경쟁력이 있는지 체크해야 할 때”라며 “현재 발의된 ‘반도체 지원법’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고 실효성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최우선과제로 꼽힌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된 한국 반도체 사업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급격히 성장할 비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며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한국 반도체의 탈출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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