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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칼럼] 베트남 수교 30주년, 신남방정책을 생각한다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들이 이례적으로 풍성한 가운데 주요 지도자들이 양국의 경제통상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까지 의미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베트남의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한 것 외에 민간 차원에서 매머드급 경제협력 포럼들이 서울과 하노이에서 각각 개최됐다. 지난 16일 하노이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베경제협력포럼 2022’나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 비즈니스포럼’에 양국의 정부와 국회 수뇌급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 수교도 올해 30주년이지만 그 기념 이벤트는 별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베 포럼 등에서 발표된 연설들을 분석하면 중국에 대해 경계하는 메시지가 많았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경쟁 상황에서 한국은 국익보호와 함께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 정부와 달리 민간 영역에서는 상황 여건과 분위기에 따라 기념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이가 난다. 한·중 수교 30주년의 의미가 베트남만큼 부각되지 못한 것은 한국·미국·중국의 ‘3각 관계’가 조성한 상황 여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 내 한류공연을 제한하는 등의 한한령(限韓令)을 수년째 거둬들이지 않고 있어 한국의 민심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응우옌 둑 하이 국회 부의장은 하노이 한·베 경제협력포럼의 인사말을 통해 “베트남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향후 대외정책이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전개되리라는 것을 간파한 언급이다. 인태 전략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따라가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미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 견제용임을 자타가 부인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태 전략에 한국은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관망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미-중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동맹 행동’ 요구도 심화되는 형국이다. 그렇다 해도 대외정책의 우선적 요건은 국익증진에 목적 합리성이 맞춰져야 한다. 미국의 인태 전략에 대해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경사 외교’로 접근하는 것은 실사구시 대외정책에 어긋난다.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하는 접근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일 뿐이다. 미-중 사이에서 결코 선택이 아니며 국민이 원하는 국익과 원칙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 열강주의적 요구도 명분에 종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신남방정책이나 인태 전략은 1989년 수립된 ‘한·아세안 대화관계’가 그 기원이다. 그후 2011년 1차 메콩 국가외교장관회의도 개최했다. 메콩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5개국이다. 외교장관회의는 2019년 부산에서 첫 메콩정상회의로 격상됐다. 이에 앞서 2017년 한국은 아세안 10개국과 인도까지 포함한 신남방정책을 공식화했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그것을 업그레이드한 인태 전략은 뿌리와 정체성 자체가 신냉전적 진영의 가담이나 국제정치적 블록화에 정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핵심 동반국인 인도 및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이 1950년대 비동맹회의를 주도했거나 반열강주의 국가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인도의 경우 자와할랄 네루 총리와 같은 강력한 비동맹주의 지도자가 남긴 족적으로 공존과 중립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봐야 한다. 인도가 미-중 갈등에 대해 지금껏 유연한 태도를 지키는 것도 그런 외교 전통이 배경에 깔려 있어서다. 다양한 언어와 종교와 문화를 가진 아세안 또한 다자주의와 포용적인 국제협력을 원한다.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독자적인 대외정책을 설정해야 한다. 미국의 인태전략을 완전 외면하기는 어렵겠지만 신남방정책의 주요 동반국가인 인도 및 아세안과 연대해 유연하고 포용적인 노선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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