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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수정 절실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보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쌀이 초과 생산되거나 쌀 가격이 떨어지면 초과 생산량 매입을 의무화해 쌀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법인데 당장은 농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법안은 오히려 농업을 포기하는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된 미래를 한 번 예측해보자. 우선 농업현장 공무원들은 쌀생산을 암묵적으로 장려할 것이다.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강화하는데 왜 쌀생산을 장려한다고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담당하는 지역 농가에서 쌀을 생산하면 초과 공급량을 사준다. 즉, 농민의 민원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논에 타작물재배를 하라고 했다가 실패하면 민원이 생긴다. 공무원이라면 실패확률이 큰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하라고 농민에게 권장하기보다 민원이 없는 쌀농사를 권장해 편하게 살려고 할 것이다.

농민은 어떤 행동을 할까? 타작물재배지원정책이 좋으니 정부 정책을 믿고 논에 다른 작물을 심을까? 우선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농민의 신뢰는 크지 않다. 게다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만든 당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것도 좀 의아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현 윤석열 정부가 정말 잘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지금까지 실패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윤석열 정부는 성공시킬 것이라고 믿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논타작물재배지원정책을 지금 정부가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농가는 안 믿을 것이다.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다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쌀을 재배만 한다면 판로가 보장된다고 한다면 어떨까? 똑똑한 농가라면 무조건 규모화한 쌀농사를 시작할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기존 연구를 보면 쌀농사는 5㏊ 이상으로 규모화하면 0.5㏊ 미만보다 20% 정도 생산비용이 절감된다. 즉, 수도작은 무조건 규모화하면 더 남는다. 인간의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심리적 특성을 살펴볼 때 불확실한 논타작물재배가 아닌 쌀재배 규모화를 선택할 것이다. 법 개정안에 대한 공무원과 농민의 합리적인 대응방법은 쌀을 규모화해서 생산하는 것이다. 결국 쌀은 더 많이 생산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실 공무원과 규모화한 농민 모두가 행복한 결론이다. 쌀재배를 암묵적으로 장려한 공무원은 민원을 들을 일이 없어 행복하다. 농가도 쌀농사 규모화만 하면 돈을 안정적으로 벌어 행복하다. 정부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렇게 행복한 공무원과 규모화한 수도작 농가 틈새에서 우리 농업과 영세농은 몰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위험성이 큰 신품종 도입에 도전하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될 것이고, 규모화한 농가들보다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영세농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가져다 줄 뻔히 보이는 미래다.

공무원이 안 움직이는 것은 필자도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놀게 하자는 법 개정안을 내서는 안 된다. 수많은 경영 사례에서는 제품 수명주기상 쇠퇴기에 놓인 상품인 쌀 가격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전략은 ‘용도 개발’이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용도 개발의 지원에 공무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해서 쌀의 가격을 지지하는 그런 법 개정안으로 수정되기를 기대한다.

양석준 상명대 교수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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