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슬기로운 대출생활

최근 2~3년간 언론에 단골로 등장했던 부동산 신조어로는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패닉바잉(공포로 인한 사재기성 매수)’이 꼽힌다. 저금리와 넘쳐나는 유동성에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자산이 부족했던 20·30대를 중심으로 ‘빚을 내서라도 서둘러 집을 구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및 무역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영향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고강도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미 연준은 지난해 초 0.25%에 불과하던 기준금리를 단숨에 4.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같은 기간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기존 1.25%에서 3.5%로 올렸다.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도 1.64%에서 4.29%로 무려 2.65%포인트 올랐다. 껑충 뛴 금리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대다수 중산층·서민의 삶은 팍팍해졌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799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7조9000억원이 증가한다. 3억원 대출을 받은 개인의 경우 연 300만원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물가상승으로 부담스러워진 점심값을 의미하는 ‘런치플레이션’, 뱅크(은행)와 실시간 음원차트인 빌보드 차트를 합친 말로 은행의 경쟁적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뱅보드차트’같은 최근 유행어는 현재 경제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들어 글로벌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은행권의 과다한 대출금리 책정 억제 방침 등이 맞물려 시장금리가 하향세를 보이고, 주담대 금리도 주춤하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금리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슬기롭게 대출을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11일 ‘특례보금자리론’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시장금리 상승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서민·실수요자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안심전환대출 시행 과정에서 불거졌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 상품은 올해 시행하기로 했던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기존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하면서 대출요건을 완화했다.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으로 확대하고, 부부합산소득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아 맞벌이부부가 이용할 수 있게 문턱을 확 낮췄다. 대출 한도도 최대 5억원으로 확대했다. 조기상환수수료 면제 또한 장점이다. 고정금리이므로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추가적인 이자 상환부담이 없으며, 기존 대출을 갈아탈 때뿐만 아니라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도 상환하는 경우에도 조기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교토삼굴’이라는 말이 있다. ‘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의미다. 고금리 시대, 불확실성의 위기에 대출 이용을 계획 중이라면 이달 30일 출시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w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