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출 넉달째 마이너스…코로나보다 혹독한 복합위기 닥친다
이달 1~20일 수출액 1년전보다 2.7% ↓
생산능력지수 역주행, 제조업 현장도 냉랭
비대면·대면 소비침체, 회복 기대도 어려워

새해 우리나라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줄곧 대한민국을 지탱했던 수출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지난해 성장률을 지탱했던 소비도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올해 고용마저 흔들리면 내수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가 자칫 장기 복합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실적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순수출과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이 각각 -0.6%포인트, -0.2%포인트로 두 부문의 성장기여율이 -0.8%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정부 지출이 그나마 떠받쳤지만 전체 성장률(-0.4%)을 플러스로 돌려놓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수출은 새해 들어서도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21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 수가 16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일)보다 하루 더 많았던 점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8.8% 감소했다.

1월에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출은 넉 달째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전망을 하기 어렵다. 핵심 산업인 반도체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핵심 시장국인 중국이 성장을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4.1% 줄었다. 이미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해 11월 28.6%, 12월 27.8%였는데 이달엔 더 커졌다. 최대 교역국인 대(對)중국 수출도 이달 20일까지 24.4% 감소했다. 벌써 7개월째 감소세로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현장의 열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외환위기(IMF 사태), 금융위기 때도 증가했던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단 한 번도 증가 반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1.1%를 시작으로 11월 -0.8%에 이르기까지 계속 역주행을 반복했다. 11월까지 평균은 -0.6%다.

제조업 재고율은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2020년 5월 수준을 넘어섰다. 통계청 광업제조업동향조사 제조업 재고율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7.6%를 기록했다. 최근 2년 추이를 살펴보면 이 정도로 재고 상황이 악화한 시점은 2020년 5월(127.5%)이 유일하다.

소비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오히려 새해 상반기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역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조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소비는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8.1(2015년=100)로, 1.8%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감소하다가 8월 4.4% 반짝 반등했으나 9월(-2.0%), 10월(-0.2%), 11월(-1.8%)에 걸쳐 다시 줄었다. 소매판매를 품목별로 보면 가전제품, 통신기기 등 내구재 판매가 1.4% 줄었고 의복 등 준내구재도 5.9% 감소했다. 화장품, 서적·문구 등 비내구재 판매는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면소비도 위축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업(-4.0%) 등을 중심으로 0.6% 줄었다. 지난 9월(-0.1%)과 10월(-1.1%)에 이어 석 달째 감소한 것이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지난해 12월(10.9%)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벌써 2개월 연속 감소다. 예술·스포츠·여가도 5.0% 줄었다.

정부 분석을 봐도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새해 민간소비가 2.5%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엔 4.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 증가세가 2.1%포인트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거나 역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7%로 제시했고, 노무라증권은 -0.6%로 봤다. 우리나라 정부인 기재부 성장률 전망도 1.6%로 1% 중반대에 불과하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