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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국제 정세와 위안화의 국제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참여) 국가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와 함께 수입대금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시 주석의 발언은 두 가지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무역 제재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달러를 통한 국제무역의 결제는 미국의 무역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달러를 이용한 결제의 경우 미국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전산망을 거치는 자금의 이동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메시지를 통한 지급 지시 정보라는 두 채널을 통해 국제자금 이동을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안화 결제는 중국이 이러한 미국의 통제망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석유 및 가스 무역대금 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하는 것은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중국은 2009년 시 주석이 전국인민대회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공식적 국가정책으로 선언한 이후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됐으며, 2020년 7월에는 세계적 정유회사인 BP가 중국에 300만배럴의 이라크산 경질유를 판매하면서 결제통화로 위안화를 사용한 바 있다. 1970년대 미국이 사우디와 밀약을 통해 모든 석유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를 구축한 것이 달러의 패권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석유 및 가스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의 사용은 미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질서의 균열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의도가 실현될 것인가? 기본적으로 이것은 거래상대방이 위안화 결제를 수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직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국가들이 중국의 제안에 동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석유와 가스의 가격표시와 지불수단에서 달러가 독주했던 것은 화폐 사용에서의 네트워크 효과와 생산물의 동질성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국제무역의 결제에서 달러가 사용되면 될수록 수출업자는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으려는 유인이 더 커지고, 달러의 수용성이 더 커질수록 지불수단으로서 달러의 매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한편 석유나 가스는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상품으로서 하나의 통화 단위로 표시하는 것이 가격 비교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달러의 선점 효과는 강력하고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걸프국가들이 중국의 제안을 선뜻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페트로달러 체제가 확립되기 이전까지 달러와 함께 영국 파운드 스텔링이 석유시장의 표시와 지불통화로 상당한 기간 사용됐었다. 즉 국제통화의 이용에서 승자독식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한 틈을 비집고 중국은 이란과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를 진행할 것을 포함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달러를 통한 결제가 어려워지면서 중국과 무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대금을 루블 또는 위안화로 받기로 했다. 이렇게 미국의 제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는 GCC 국가들, 특히 이 지역의 맹주인 사우디와 미국 간의 관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제학자가 국제정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더 늘어났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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