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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상 ‘떡고물’만 챙긴 은행
기준금리 3%P 올랐는데
대출금리는 4%P이상 올려
금리인하 움직임도 ‘생색내기’ 비판

최근 2년간 기준금리가 3%포인트 인상되는 동안 은행권이 실행한 신용대출금리는 4%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되레 하락한 것으로 집계돼 은행권만 유독 금리 인상의 ‘떡고물’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된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6.918%로 2년 전 같은 기간(2.664%) 보다 약 4.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0.5%에서 3.25%로 2.75%포인트 상승했는데,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분의 1.5배가량 더 상승한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조달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채 금리 상승과 수신금리 인상 경쟁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식재료값이 오르면 음식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대출의 ‘원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우대금리 확대 등으로 마진을 줄이고 실질적인 금리 상승세를 조절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타 금융권은우 은행권만큼 금리 인상세가 뚜렷하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페퍼)가 지난해 12월 중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16.94%로 2년 전 같은 기간(17.20%)과 비교해 약 0.2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조달 사정이 나아졌기 때문은 아니다. 국내 저축은행권의 올 1월 햇살론 조달금리는 5.82%로, 1년간 약 3.46%포인트 급등했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라면, 저축은행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대출금리를 올려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20%로 제한된 법정최고금리의 영향으로, 조달금리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저축은행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역마진 우려에 따른 신규 대출 중단도 지속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이 유독 금리 인상의 수혜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시키는 등 방침을 통해 은행권의 과도한 수익창출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에 힘입은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은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11조22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증가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은행권은 줄줄이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지원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은행권이 금리 상승기를 틈타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 영향이다. 그러나 꾸준히 안정세를 찾고 있는 시장금리 하락폭에 비하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AAA, 6개월) 금리는 올 초 4.302%에서 지난 25일 기준 3.746%로 약 0.5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6개월) 금리 상단 또한 7.32%에서 6.76%로 0.56%p 하락해, 시장금리 변화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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