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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 쪼개기’ 딜레마에 빠진 은행들
상생·손실 흡수능력 부족 비판 속
성과급 축소하자니 직원들 반발
주주환원도 당국·주주 입장 갈려

금리 인상을 틈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 ‘돈잔치’ 논란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의 고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이익을 놓고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 쪼개기’ 요구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 주주, 임직원 등 내·외부적 요구를 수용해 이익을 나눠왔음에도, 각각의 압박만 거세지고 있다며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4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고금리를 틈타 최대 순이익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의 고금리로 인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수익을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충당금을 쌓는 데에 쓰는 게 적합하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말을 보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며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과 손실흡수 능력 확충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권 내부에서는 이러한 지속된 압박이 다소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요구해온 금융지원 등 사회환원을 꾸준히 지속해왔고, 손실흡수 능력 또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통해 대비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유동성 지원, 취약차주 지원 등 금융당국의 요구를 꾸준히 수용했고, 최근에는 은행 자체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약속하는 등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충당금 적립의 경우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 규모로, 2021년(3조2509억원)에 비해 약 57%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충당금 적립에 적극적이었던 2020년(4조1070억원)에 비해서도 1조원가량 많은 규모다. 부실 채권에 따른 대응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 또한 일제히 상승하는 등 손실흡수 능력을 꾸준히 키웠다는 게 은행권의 얘기다.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막대한 성과급 지급이나 희망퇴직 비용 산정에 있어서도 지나친 비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 체계의 경우 노사 합의로 결정되는 만큼, 이익에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내부의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게 은행 내부의 입장이다. 실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은행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 성과급은 실적 외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반박에 나선 바 있다. 특히 1인당 평균 6~7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희망퇴직의 경우 ‘보상’이 아닌 ‘투자’의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고질병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해결하고, 향후 기업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게 희망퇴직”이라며 “단순히 퇴직금 액수만으로 ‘돈잔치’ 논란의 한 축으로 작용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또한 금융당국과 주주,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주의 저평가 현상은 국내 주식시장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정부의 입김이 세고, 주주환원율이 낮은 탓이다. 실적 개선에 따라 주주환원 요구가 커지자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지난해 11월 은행의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내놓자, 금융당국서는 ‘손실흡수 능력’을 강조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 금리 인상을 틈타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금리 산정 시스템을 점검해,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통해 손쉬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단순히 사후적인 충당금 적립이나 배당 자제를 요구하기보다, 금리 인상기에 확대되는 은행의 이익을 대출차주 등에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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