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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사냥꾼’서 ‘개미선봉장’?...주총 휘감는 행동주의 바람
“배당 강화·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키워
주주환원 명목 내세워 경영권 간섭 여전
포이즌필 등 방어장치 도입 서둘러야

행동주의 펀드들이 중심이 된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휘감고 있다. 과거 ‘기업사냥꾼’이란 딱지가 붙어 있던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채 상장사 경영진들의 ‘일방통행’에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올해 주총 기간엔 공개 주주제안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경영진과 ‘표대결’까지 불사할 것을 시사하면서 올해 주총 시즌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행동주의 펀드, ‘지배구조 개선’ 전면에=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 전쟁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분쟁의 발단에는 1%대 지분으로 소액주주들을 움직였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대표적이다.

얼라인은 에스엠 이사회에 이수만 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맺은 계약 관계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하며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이를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현재 에스엠 경영진,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펼친 얼라인은 하이브를 ‘백기사’로 삼은 이수만 대주주와 3월 주총서 경영권을 둘러싼 표대결을 앞둔 모양새다.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자산운용도 3월 주총에서 전면전을 예고 중이다. 트러스톤이 계열사 편법 지원 문제를 지적하며 ▷배당성향 20% 이상으로 상향 ▷추천 인사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담은 공개 주주 서한을 태광산업에 보내면서 정면충돌 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투자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부터 오스템임플란트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최규옥 회장 퇴진 등을 주장해 온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분 매입 경쟁에 나선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주주환원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경영진이 ‘경영권 간섭’으로 판단해 주주제안을 거부하며 표대결이 불가피해진 경우도 있다. KT&G와 안다자산운용·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간에는 65.3% 비율의 소액주주 의결권이 주총 표대결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vs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해야”=단기 수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단순히 ‘먹튀’란 결과만 불러왔다면 ‘기업사냥꾼’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실질적인 기업 구조 개선이란 성과를 거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국내 7대 금융지주들에 얼라인이 ▷보통주 현금배당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요구했던 사안이다. 하나·KB·신한·우리 등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자본 건전성 강화’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얼라인의 요구에 화답하며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행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주주나 기업 오너들에게만 권리가 편중된 탓에 정당한 권리조차 주장하기 어려웠던 소액주주들에겐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기 중인 주주가치 환원 관련 주장은 긍정적”이라며 “단기적으론 주가가 오르고, 장기적으론 지배 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상장사의 주가는 연초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지나친 간섭으로 기업의 효율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공격은 2019년 8회에서 2022년 47회로 3년 만에 약 6배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1.6배 증가한 일본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재혁 상장협 정책1본부장은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결국 수익 확보 후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며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모습 등을 볼 때마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널리 허용하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를 신속하게 도입하도록 해 제도적으로 (주주행동주의 보호와)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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