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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se is Better?…외국인, 삼성전자 보유비중 12개월來 최고로 늘렸다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더 나쁠수록 더 좋다.(Worse is Better)’

전 세계를 휘감은 ‘반도체 한파’의 여파로 삼성전자가 14년 만에 분기 ‘영업손실’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외국인의 삼성전자 사랑은 더 강렬해지는 모양새다. 올 들어 강력 매수세를 보이며 삼성전자 주식 중 외국인 보유 비율이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바닥’은 곧 ‘반등’의 시작이라는 기대감을 밑바탕으로 다가올 상승장에 대비 중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선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삼성전자 주식 중 외국인 보유 비율은 51.01%에 이르렀다. 해당 수치가 51%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 27일(51.01%) 이후 343일 만이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만 해도 49.67%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던 외국인 지분율은 1분기 내내 꺾이지 않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 매수세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올해 삼성전자에 대한 월별 순매수액을 봤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 2조2221억원, 2월 1조1057억원, 3월 1조3750억원 규모로 3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1분기 내내 순매도세를 보였고, 기관 투자자들이 1~2월 순매도세를 보인 후 3월에서야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 성향이 (개인 투자자에 비해) 강한 만큼 불황에 (주식을) 사서 호황에 파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초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세 역시 ‘바닥론’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주식이 가장 쌀 때’란 판단으로 반등에 대비 중이라는 것이다.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실적 추정치가 부정적일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매수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1조1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120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92.92%나 줄었다. 특히 지난달 21일에는 삼성전자가 1분기 68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보고서까지 나왔고, 이후엔 영업이익이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구원들 사이에선 발간한 보고서에 기재한 예상 영업이익보다 실제 수치가 훨씬 낮을 수 있으며, 영업손실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09년 1분기 이후 한 번도 분기 적자를 낸 적 없는 삼성전자에겐 ‘굴욕’이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적자’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면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메모리 사이클의 바닥을 확신할 것”이라며 “경험적으로 한 산업에서 1등 기업의 적자는 업황의 저점”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주가에도 곧장 반영되는 모양새다. 전날 종가(6만3600원)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6만전자’가 무너졌던 지난 3월 14일(5만9000원) 대비 7.8% 상승했고, 연초(5만5500원)와 비교했을 때는 14.59%나 올랐다.

지난달 말께는 증권사 다섯 곳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높이기도 했다. IBK투자증권이 7만원에서 8만원으로 높였고, NH투자증권(7만2000→7만9000원), SK증권(7만5000→8만원), 키움증권(7만3000→7만8000원), 신한투자증권(7만→8만2000원) 등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감산 이슈 역시 향후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로 활용된다. 당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삼성전자가 표명했지만, 이미 7~20%가량의 자연적 감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은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 관련 추가 입장 표명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감산 관련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다. 내부에선 예상보다 골이 깊은 반도체 업황과 현재 주가 등을 고려해 감산해야 한다는 입장과 회사의 미래 가치를 위해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경쟁업체와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달간 계속됐던 2차전지 관련주의 급등 역시 삼성전자 주가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2차전지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새로운 주도주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투자 본격화,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세액공제율을 확대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통과 등 각종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로 모여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비록 비중이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수요 회복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기·IT 수요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을 제한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 탓에 주문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가 바닥을 형성한 뒤 반등과 재하락이 이어지는 것은 경기선행지표와 반도체 업황 간의 시차가 6개월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전략이 적절하다고도 송 연구원은 조언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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