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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학생증 카드’·알리페이 도입…세상을 앞서간 은행원 [헤경이 만난 사람-조현준 핀크 대표]
1990년 입행 33년 ‘정통 은행원’
디지털금융·외환업무 경험 축적
조현준 핀크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 ‘은행에서 실현하지 못한 내 아이디어들을 무덤에 안 가져가도 되겠구나. 그거 하나로 됐다. 그럼 해보자’. 핀크 대표직 제의에 딱 하루 고민했습니다”

조현준 핀크 대표는 1990년 서울은행에 처음 입행해 약 30년간 보람은행, 하나은행에서 근무한 ‘정통 은행원’이다. 은행원 시절부터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미래 금융을 선도한 조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양복보다는 후드가 좋고, 은행에서 내부자를 설득하는 것보다 핀테크에서 외부자를 설득하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30년 은행 이력에선 ‘혁신’, ‘미래’와 같은 단어들이 유독 눈에 띈다. 보람은행에선 경영혁신실에서 근무했고, 하나은행에서도 미래금융사업그룹 셀장을 맡았다. 그는 자신에 대해 “은행에서는 때때로 동료들의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공감을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공감능력이 부족한 기질’이 필요한 곳, 남다른 생각이 절실한 곳에 불려 가 성과를 냈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의 남다른 아이디어를 설명해주는 사례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1993년 세상에 나온 ‘학생증 카드’와 2014년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모바일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다.

체크카드에 학생증을 적용한 학생증 카드는 조 대표가 서울은행에 재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93년 그의 이름으로 등록한 1호 특허 기술이다. 그는 “90년대 초반 전국 주요 대학 학생들은 ATM을 이용하기 위한 카드와 종이 학생증을 별도로 소지해아 하는 걸 불편해했다”며 “교직원과 학생의 불편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ATM용 카드를 학생증 형식으로 디자인하는 걸 당시 서울은행의 주거래은행인 고려대학교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경쟁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는 다른 대학들이 ‘우리는 왜 안 하느냐’는 원성을 쏟아냈고, 일부는 주거래은행을 서울은행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그때 이후로 서울은행, 그리고 서울은행과 합병한 현재의 하나은행은 학생증 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를 30년 가까이 유지해오고 있다”며 “은행업의 지식과 우연히 알게 된 학생증 발급업무를 융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종이 학생증을 체크카드로 혁신한 조 대표는 결제의 패러다임을 간편결제로 옮겨가는 데에도 기여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이 된 알리바바와 창업자 마윈이 국내에 알려지기도 전에 알리페이 본사에 찾아가 제휴를 제안한 인물이 바로 조 대표다.

그는 “알리페이와 알리페이의 대주주였던 소프트뱅크, 그리고 제가 속한 하나은행이 각각 20억·20억·10억원을 출자하되, 지분은 하나은행이 50%를 갖고 나머지가 각각 25%씩 갖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며 “한국판 알리바바를 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두고 당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책상을 ‘탁’ 치며 적극 추진하라고 독려했지만 알리바바에 대한 인지도가 없던 출자 담당 부서장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때의 협상 경험이 끈끈한 인연이 됐고, 이듬해 하나금융그룹은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됐다. 알리페이가 중국 관광객 대상 부가세환급 사업을 국내서 하나은행과 추진함과 동시에 2013년부터는 알리페이 결제를 함께 시작했다.

그는 “알리페이는 은행 내부는 물론 감독당국에서도 합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밝히기 어려웠다”며 “1년에 걸쳐 금융감독원 4개 국, 금융위원회 2개 과, 한국은행 2개 부서와 국세청, 관세청까지 모두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금융 담당 부서장과 외국환거래 담당 부서장을 모두 역임하며 양 세계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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