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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승연의 현장에서] 1400% 수수료, 金시책...CSM 경쟁의 씁쓸한 뒷면

올해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며 핵심적인 미래 수익 지표로 떠오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CSM 산출에 유리한 상품들을 팔려고 열을 올리다 보니 설계사들에게 과도하게 높은 시책을 제공하는 출혈경쟁도 감수하는 양상이다. 시책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수당이다. 시책 1000%라는 것은 판매 첫해 설계사에게 주는 수당이 월납 보험료의 10배라는 뜻이다. 보험사들은 판매수수료 외에도 현금 인센티브인 시책을 추가로 제공하며 설계사들의 모객 확대를 유도해왔다. 금융당국은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2021년 수수료, 시책이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1200%룰’을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CSM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꼼수’ 시책이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00% 룰이 모집 초년도에만 적용되는 것을 노리고 월납 13회차 이후에 거액의 시책을 지급하는 식이다. 특히 CSM 산정에 유리한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고액 시책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생보업계 빅 3(삼성·한화·교보)는 앞다퉈 종신보험에 1400%대 수수료, 시책을 내걸었다. 중소형 생보사도 1000%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손보사에 비해 강한 전속 채널을 보유한 생보사들은 1000% 이상 수수료, 시책을 지급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크게 뛴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보다 수수료 수입이 적은 전속 설계사들을 위해 금(金)을 시책으로 제공했다가 이틀 만에 수십억원이 몰려 지급을 중단한 보험사도 있다. 잠깐이지만 고가의 명품백이 시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시책경쟁이 끝이 아니다. 자연스레 고객유치전으로 이어진다. 5·7년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설계사가 직접 수개월치 보험료를 미리 현금으로 주겠다며 모객하는 관행도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종신보험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에게 저축성 보험처럼 소개하는 이도 적지 않다.

결국 보험사의 시책경쟁이 설계사의 무리한 모집, 불완전판매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생보사 사장단 조찬 자리에서 생보협회의 임원이 과당경쟁을 자제하자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금융감독당국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시책 관련 차익거래에 대해 업계가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 “경쟁에 뒤처질까 봐 어쩔 수 없다”며 해명에 급급하다. 하지만 무리한 시책경쟁은 보험사의 사업비 부담을 높이는 ‘제 살 깎아 먹기’일 수밖에 없다. 훗날 해약 증가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10여년 전 절판 마케팅으로 대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게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진지한 자성이 필요한 때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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