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희량의 현장에서] 치킨 너머 K-푸드

“한국에서 고급 한식당 하면 미쳤다고 해요.”

얼마 전 점심을 먹다 들은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식을 비싸게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 골자였다.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미쉐린 3스타를 받은 ‘가온’은 지난해 말 경영난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사실상 유일한 3스타인 ‘모수서울’과 1스타 ‘소설한남’은 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오픈 때부터 운영하고 있다.

고급 한식을 맛보려면 어쩌면 해외가 좀 더 나은 환경일지도 모른다. 세계 미식평가서인 미쉐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타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은 한식당은 서울이 8곳, 뉴욕이 9곳이었다. 한식당 최초로 미쉐린 2스타를 받은 곳은 2011년 임정식 셰프의 ‘뉴욕 정식당’이다. 한식은 10여년 전부터 ‘미식가의 천국’이라 불리는 뉴욕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도쿄는 어떨까. 이날 기준 ‘스시’로 분류된 도쿄의 스타레스토랑만 30곳에 이른다.

미쉐린가이드는 국가당 별점 쿼터를 두지 않는다. 이 수치는 한국의 맛집이 아직 충분히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식당의 고급화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뉴욕(2005년)·도쿄(2007년)과 비교해 미쉐린가이드 서울편이 2016년에야 출간된 점도 무시할 순 없다.

한식은 ‘건강하고 싸서 여러 번 먹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 4만5000원 아래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부여하는 미쉐린 빕구르망 등급의 식당이 서울에는 57개다. 스타레스토랑(35개)의 1.62배다. 도쿄(222곳·1.11배)와 베이징(19곳·0.52배)보다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다.

K-푸드는 분명 뻗어나가고 있다. 인도에서도 초코파이가 보이고, 중미 파나마에서도 한국 치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큰 변화다. 한국을 찾은 외국 친구들이 여행기간 내내 종류가 다른 치킨을 시켜 호텔에서 먹는 것을 봤다.

그러나 한식의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식문화의 다양성은 물론 희소성 있는 고급 한식도 필요하다. 무조건 비싼 음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값만 높게 받는 삼계탕·삼겹살은 며칠 전 있었던 ‘한 봉지 7만원 과자 논란’처럼 바가지라는 비판만 받을 뿐이다. 여기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조리법, 귀한 식재료로 요리해 한국인조차 찾아가고 기대하는 식당은 아직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성장잠재력에 비해 현실은 어렵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국가발전 프로젝트 두 번째 시즌 ‘식자회담’에서는 한식대가와 기업은 한식산업화 점수를 10점 만점에 3점으로 평가했다. 한식셰프들은 인력 양성, 투자,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기업이 나서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K-푸드 확산을 위해 지난달 ‘국제요리대회 출천 국가대표팀 후원’ ‘해외 유명 요리학교 유학 지원 및 한식 교육과정 개설’ 등 ‘퀴진.K’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치킨, 라면 너머 K-푸드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hop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