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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수지 개선 장담 어려워...세계경제 불확실 여전
한은 “5월이후 개선세” 전망
주력수출품 반도체 회복 변수
전문가 “수출 구조적 변화 필요”
안개로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산항 일대 [연합]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이 둔화하면서 상품수지가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지속한 영향이다.

정부에서는 경상수지가 5월부터 흑자로 돌아선 후 점점 나아질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품수지 흑자가 일시적일 수 있어 구조적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점이 미지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가 16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1~4월 누적 적자가 이미 5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대로 상반기 적자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품수지 흑자 전환에도 마이너스 경상수지=9일 한은에 따르면 4월 상품수지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서비스수지 등을 포함한 전체 경상수지는 3월 이후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4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7억9000만달러로, 2월(-5억2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크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4월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수지가 흑자 전환됐으나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보인 데 기인했다”며 “본원소득수지는 4월 대규모 결산 배당 지급 영향으로 3월 큰 폭 흑자에서 4월 소폭 적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수입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이 13.2%로 3월(-2.5%)보다 커지며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수출의 감소세가 여전하다.

4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9억3000만달러(-16.8%) 줄어들며 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나타냈다. 감소폭은 3월(-83억1000만달러, -12.9%)보다 더 확대됐다.

이 부장은 “4월 수출은 승용차가 호조를 지속했으나 반도체, 화공품,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며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은 “5월 이후 경상수지 나아질 것”=한은은 경상수지가 4월 적자 전환했지만 기조적으로는 올해 1월 이후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했고, 서비스수지의 적자 규모도 3개월 연속 축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40억달러로 전망하며 2월 전망치보다 20억달러 낮추긴 했지만 상반기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 전망은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이 부장은 “5월에도 경상수지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통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5월에 축소됐고, 4월 집중된 외국인 배당 지급이 없어지면서 5월엔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금액으로는 아직까지 전년 동월 대비 -30~40%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물량으로 보면 1, 2월보다 3, 4월 감소폭이 줄어든 상황이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의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는 KDI의 전망치(160억달러 흑자)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한은은 전망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장은 “경상수지가 5월과 6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개선세 확대를 보이고, 하반기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연간 흑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 따른 일시적 흐름...수출 구조적 변화 필요”=전문가들은 중국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고, 반도체 경기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어 4월 상품수지 흑자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4월 수입은 원자재가 큰 폭(-20.5%) 줄었는데 그중에서도 원유(-30.1%)와 석유제품(-39.7%) 감소가 두드러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원유 가격이 떨어졌던 부분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최근 다시 감산이 시작돼 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여전히 경상수지 적자 흐름 자체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된다고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맞다”며 “특히 경상수지의 경우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국제 원유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출에 의한 수지 개선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구조적인 수출 부진 흐름이 경상수지 적자 폭을 가를 것이란 설명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와 교역이 어떻게 됐는지 수출 구조 변화를 보고 지속 가능한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부진 흐름이 여전해 상품수지는 한 달 반짝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동차 부문이 조금 더 선전하는 등 계절적이고 일시적인 요인들이 있는 상황에서 ‘상저하고’ 주장은 공허하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가 정답일 것 같다”고 했다.

적자 상황이 현 수준으로 장기화한 뒤에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이 가장 저점의 상태로 보인다. 더 악화될 것 같지는 않다”며 “결국 국제 경기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등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저하고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착륙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아주 빨리 반등하기는 어렵지만 약하게 반등 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선 “최근 외국인 입국자 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과 여행수지 적자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수출 개선 등 수출이 호전된다면 경상수지 흑자 회복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현경·문혜현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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