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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연봉 1억 ‘신의 직장’ 외면받는 이유는?…‘수난시대’ 겪는 국책은행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때 금융권 ‘A매치’라 불리며 ‘신의 직장’ 취급을 받던 국책은행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 민간 금융사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과 더딘 임금 인상률 등으로 매력도가 낮아지면서다. 여기다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여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의 직장’이라는 명성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의 하반기 공개채용 최종 경쟁률은 29.7대1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높은 경쟁률이지만, 이전 추세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불과 전년도의 하반기 공채 최종 경쟁률은 56.4대1, 2020년에는 60대1을 상회한 바 있다.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총 160명을 공개 채용했다. 경쟁률은 42.3대1에 그쳤다.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2019년(82.8대1)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공채 경쟁률 또한 33.2대1로 2019년(74.8대1)과 비교해 절반 아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에 뒤진 ‘신의 직장’ 국책은행…“임금 매력에서 차이 벌어져”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놓여 있다.[연합]

국책은행의 인기 하락을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은 비교적 낮은 임금 매력도다. 특히 국책은행들은 시중은행 등 여타 민간 금융사의 연봉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책은행 3곳의 정규직 지원 평균 연봉은 1억929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연봉(1억1275만원)과 비교해 30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국책은행의 평균 연봉(1억464만원)은 1억원을 상회하며 4대 시중은행(9300억원)과 비교해 100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점차 차이가 좁혀지며 지난해 역전을 허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3대 국책은행의 평균 연봉 증가율은 4.4%(465만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평균 연봉은 21%(1975만원) 증가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신입사원 초임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국책은행의 2022년 기준 신입사원 평균 초임은 4982만원으로 최근 5년간 불과 3.9%(191만원)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시중은행에 입행한 권모(28) 씨는 “불과 얼마 전부터 초임 수준에서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회사나 직군별로 다르겠지만, 1000만원 안팎까지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에…기존 ‘인력 유출’ 우려도

국책은행 3곳의 본사 전경.[각 사 제공]

국책은행의 인기 하락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가 활성화되며 주로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기정사실화되며,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여타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 논의도 불이 붙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책은행들은 현재 인력 유출을 걱정하는 단계에 있다. 산업은행의 2022년 평균 이직률(남성 이직률과 여성 이직률 평균치)은 4.8%로 전년도(2.3%)와 비교해 두 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산업은행은 평균 2% 초반대의 이직률을 유지한 바 있다. 기업은행 또한 지난해 2021년(1.35%)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한 3.5%의 평균 이직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의 평균 이직률(2.55%) 또한 전년(1.95%) 대비 0.6%포인트(p) 상승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타 업권 등에 비해 평균 급여나 처우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금융권으로 한정했을 때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은 인력 유출에 큰 타격을 받을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거나 임금 인상률이 그대로 유지될 시 우려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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