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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중환자’ 지구 살리기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대증요법’과 ‘원인요법’이다. 대증요법은 증상은 있으나 질환의 원인이 불확실한 때 또는 원인이 확실해도 치료법이 없을 때 증상 제거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반면 원인요법은 원인이 밝혀진 질환에 대해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행하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열이 계속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대증요법이라면, 열이 나는 근본적인 원인, 즉 독감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등 병의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은 원인요법이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대증요법보다는 원인요법이 훨씬 높은 차원의 치료법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사람에 비유해보자. 지구는 체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1=도나 상승했다. 산업화 이전에는 1만년 동안 지구 온도 상승폭이 4도였음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가파른 속도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100년 후에는 지금보다 3도나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마디로 지구는 지금 심각한 열병을 앓고 있는 환자인 셈이다. 그리고 지구가 앓고 있는 열병의 원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40여년 전인 1985년에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실효과의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구로 들어온 열기가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온도를 점차 상승하게 만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지난 200만년 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했고,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는 80만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이 흔히 말하는 탄소 배출량이다. 나무를 심거나 탄소 포집기술을 개발하는 등 이미 배출된 탄소를 다시 흡수시키거나 저장능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배출된 탄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구의 열병을 치료할 수 없다. 지금 지구에 필요한 것은 탄소배출의 원인을 제거하는 ‘원인요법’이다.

특히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먹거리 분야는 원인요법이 시급한 대상이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세계자원연구소(WRI)는 기업이나 기관 등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하고 관리하는 기준이 되는 ‘온실가스 프로토콜’을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온실가스는 배출원에 따라 3개 영역, 즉 스코프(scope) 1부터 3까지 나뉜다. 스코프1은 소유·관리하는 자원에서 나오는 직접배출, 스코프2는 소비전력으로 인한 간접배출, 스코프3은 기타 간접배출을 가리킨다. 먹거리 분야에서는 3개 영역이 각각 생산, 가공·유통, 소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화학비료와 농약은 탄소 배출 증가의 원인이 된다. 먹거리 장거리 운송과 보관, 가공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포장·배달음식은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유발하고 있다. 식당이나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활성화, 지역농산물 이용을 통한 푸드마일리지 절감, 남기지 않고 먹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저탄소 식생활은 중병에 걸린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확실한 원인요법이다. 우리는 식생활에서만 지구가 앓고 있는 열병에 대해 30%의 책임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관리하고 소비할 것인지, 고민하고 바꿔야 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보건학·치의학 박사)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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