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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고·영재학교 너무 많아…선발 아닌 교육 고민해야”
서울과학고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리나라 과학기술 영재 교육이 영재를 선발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으며, 이제는 영재에게 어떤 교육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정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은 14일 제211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지난 20년간 누가 영재냐 하는 잘못된 질문에 잘못된 해답만 열심히 찾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교육을 받아 힘든 영재라면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누가 영재나만 관심을 두다 보니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과학고등학교 개교 40주년, 영재학교 개교 20주년을 맞아 ‘영재교육의 내일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정 원장은 그간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방법에만 집중했지만, 단기간 경쟁적인 선발 환경에서 사교육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결국에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정작 영재 교육에는 중점을 두지 않다보니 ‘여러 사람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지만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정 원장은 밝혔다.

지난 20여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학생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교수나 선생 등 교육 공급자들의 영역 이기주의가 너무 과도하다”며 “지필고사, 실험, 소양 등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다 달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공급자가 자기 입장에서 주장하지 말고 학생이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분야별로 교육의 방향과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40년간 각 20개와 8개로 늘어난 과학고와 영재학교 수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과학고와 영재학교 수가 너무 많고 학생 선발 방식과 대상자 등 차이가 난립하며 일부 과학고만 일류로 인정받고, 다른 학교들이 이류, 삼류로 치부되는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학올림피아드의 경우 대표 선발전 상위 100명 중 중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이 서울과학고 학생임을 지적하며 “지금 상황은 과다한 동종교배고, 전국에 28개 학교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명확한 차이점이 없고 교육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며 “국가에서 2개 기관을 유지할 거면 명확하게 역할 차이를 두고 운영해야 다양한 수준 교육이 제공되고 목적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정부가 영재를 기르고 발굴한다는 발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을 살리기 위해 영재교육이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기성 과학자 중 어릴 적 영재였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길 바란다”며 “스포츠 천재들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길러진다. 왜 과학기술만 국가가 영재를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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