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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적체…거래소 “연장 요청 공문내라”
자체규정 통해 연기 가능한데도
“지연 책임 기업에 덤터기” 분석

한국거래소가 다수의 코스닥 예비 상장사를 대상으로 상장예비심사에 대한 기한 연장 요청 공문을 요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거래소는 자체 규정상으로도 신청이 몰리면 심사 일정을 늘릴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업체들의 공문을 활용해 관행적으로 우회 연장해 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심사 적체에 대한 책임 회피 차원에서 상장 신청사들의 공문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 예비상장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에 심사 연장 공문을 보내도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은 45영업일 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에는 이미 심사 적체 시 사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10조 2항 3·4호)은 ‘상장신청인의 수가 단기간에 급증하는 경우, 상장위원회의 심의가 연장되는 경우’와 ‘심의일정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심사기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거래소가 판단하는 경우’ 상장예비심사 결과의 통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거래소는 심사역 규모 대비 심사 신청 건수가 크게 늘면서 주관사를 통해 대상 기업에 공문 수령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심사에 5개월이 소요된 A 기업 관계자는 “주관사를 통해 거래소 내부 문제로 심사 일정이 연기될 것 같으니, 우리가 심사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며 “공문을 보낸 뒤 거래소에서 다시 심사를 언제까지 연장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B 기업 관계자도 “먼저 심사를 받는 기업들의 일정이 밀리면서 함께 영향을 받았다”며 “우리는 연장을 원치 않았지만, 거래소에서 요청하니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거래소에서 먼저 요청이 왔지만, 공문은 우리가 일정 연장을 요청하는 식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기술 특례 절차를 통해 상장 심사를 받았던 C 기업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를 통해 심사를 청구할 때부터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며 “거래소 내부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거래소에서 요청이 와 간단하게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상장 심사 지연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회사 평판에도 악영향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회사도 나왔다. 기술 특례 상장 절차를 거친 D 기업 관계자는 “한두 달 사이에도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원하던 상장 시점을 놓치면 기업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며 “단순히 인력 부족 혹은 심사 신청 쏠림으로 늦어지는 거라면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심사가 계속되다 보니 일부 투자자는 회사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묻기도 했다”며 “회사 이미지에는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거래소는 공문 요청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지난 3월 관련 규정 개정으로 문제성을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추가 자료 제출이 필요한 경우를 심사 기한 연장 사유에 포함시켰다. 거래소가 개정했다고 밝힌 규정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10조 2항 2호로, 상장신청인에 자료를 추가 요청할 수 있는 사유를 ‘재무상황, 영업활동, 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 등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로 확장했다. 거래소는 올해부터 심사 연장이 필요할 경우 해당 규정을 따라 직접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도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을 뿐 거래소가 내부 일정에 따른 심사 적체 시 활용해야 하는 규정을 여전히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관행에 대해 심사 대상 기업의 반발이 있었던 것 같다”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10조 2항 2호를 폭넓게 적용함에 따라 거래소 책임으로 일정을 연장할 수 있게 된 만큼 관행 개선이 이뤄졌다”고 반론했다.

거래소는 올해 들어 심사 적체가 해소됐으며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추가 계약 등의 호재를 상장 심사에 반영하기 위해 먼저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거래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요청하기도 해 사유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작년까지 적체됐던 부분을 올해 들어 거의 해결했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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