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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담 가능한 가격·가까운 곳에 공급해야 주거안정” [헤럴드 금융·부동산 포럼 2023]
김준형 명지대 교수 주제발표
공공주택도 가격 부담 한계 넘어
공급자 위주 정책 전면 손질하고
해외 대기자 명부제 도입할 필요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 부동산포럼에서 ‘10년의 골든타임, 새로 짜는 부동산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물량 중심, 공급자 중심에 쏠려 있는 기존의 주택 정책의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 양질의 주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가격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가격과 입지를 고려한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선 최저주거기준 재점검, 대기자 명부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대안도 거론됐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헤럴드경제가 주관한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에서 ‘10년의 골든타임, 새롭게 짜는 부동산 정책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양질의 주택을 부담 가능한 가격대로 가까운 곳에 제공하는 것이 주거 안정”이라며 “현재 시스템은 주거 안정에 대한 부동산 정책의 기여 정도를 평가하고, 그렇지 않은 정책은 신속히 다른 정책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택 공급 시스템은 여전히 보급률에만 집중하고, 양질의 주택을 평가하는 기준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가진 시스템은 아직도 주택 보급률이란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주거 안정의 관점에서 주택 보급률이 국민의 가구수와 일치하거나 이를 넘어도, 정작 양질의 부담 가능한 주택은 가까운 곳에 없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법제화된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는 2021년 기준 4.5% 수준밖에 안 된다. 이 같은 평가 기준은 실질적인 주거과밀을 측정할 올바른 지표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시설의 경우 상하수도시설, 입식부엌, 수세식화장실 및 목욕시설 구비 등 모든 주택이 지닌 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면적도 가구 구성이 아닌 가구원 수만 고려한다”며 “해외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더 높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에도 주거과밀, 나아가 과소점유가구까지 존재하는 게 현 상황”이라며 “주거과밀, 과소점유 실태를 파악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시세보다 낮을지언정 부담 가능한 가격이 아니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최근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주택의 추정 분양가가 나왔는데, 뉴스 댓글을 보면 ‘이게 무슨 공공분양주택이냐’, ‘금수저를 위한 주택 아니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공공임대주택도 (공공주택과 상황이) 마찬가지다. 저소득층 중에는 임대료 부담으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퍼블릭 하우징’ 개념은 소득의 3분의 1만으로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인 반면, 우리나라는 소득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근 통합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하며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 기준을 적용했는데, 정확한 부담 가능성을 고려한 구조는 아니다. 해외처럼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RIR(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 같이 소득으로 경제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우리 실정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김 교수는 해외에서 활용되는 ‘대기자 명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공공주택에서 살고 싶은 이들의 수요를 데이터화하고, 통계에 기반해 예측 가능한 공급을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해외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수요를 추정할 때 표본조사가 아니라 등록부에 등록을 하고 있다”며 “등록된 이들이 원하는 (가격·입지 등에 대한) 수요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빅데이터 시대에는 대상가구에 대한 전수자료 구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국정과제에는 2025년부터 대기자 통합시스템의 단계적인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지난 30년간 부동산 정책과 앞으로의 정책은 달라져야 하며, 주거 안정을 위해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을 담은 ‘흑묘백묘’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중앙집권적 시스템 등을 벗어나 정책의 실효성에만 집중하자는 취지다.

김 교수는 “1988년 이후 정권마다 지난 정권보다 많은 규모의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 이후 임기 동안 중앙정부 주도로 이를 달성하려는 정책을 우리가 접했다”며 “이는 인구가 늘며 주택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선 효과적이지만 인구가 감소해 성장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에 유효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30년 정책 체계는 주거 안정을 정책 핵심 목표로 내걸어야 한다”며 “주거안정의 명확한 정의를 양질의 부담가능한 주택을 가까이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거안정을 위해선 시장도, 계획도 모두 필요하다. 소모적인 논쟁을 벗어나 시장 계획 모두 활용한 효과적 대안이 무엇인지 탐색해야 한다”며 “또, 반드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할 필요는 없고 얼마든지 민간이 할 수도 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등록임대주택을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으로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거 문제 해결은) 반드시 중앙정부가 다할 필요가 없고, 얼마든지 각 지방정부가 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는 목표 달성과 예산 효율성만 잘 관리하면 되는 것”이라며 “국외 사례 편식도 지양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향후 30년의 부동산 정책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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