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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인베스트, 코인거래소간 ‘아비트리지’로 수익 낸다더니…하락장에 속수무책 [윤호의 크립토뷰]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의 로고.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코인을 예치하면 연이율 12%의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운용하는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을 중단한 데 이어,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한 업체인 델리오마저 이 여파로 출금을 막았다. 이에 따라 거래소 파산에 따른 연쇄효과를 불러일으킨 ‘FTX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 1위 델리오는 경쟁업체인 하루인베스트에 자금을 예치해 왔고, 하루인베스트는 5명 이하 소규모 인원이 만든 트레이딩 팀 B&S 홀딩스에 다시 위탁하는 구조로 자산은 운용해왔다. 하루인베스트가 아비트리지(arbitrage trading·차익거래)를 주요 운용수단으로 홍보한 만큼 가상자산 대세 하락장에서 이들의 운용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의 수익 전략은 ‘무위험 차익거래(아비트리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시간 운영되는 전 세계 수천개 코인 거래소간 가격 격차를 초단위로 활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투자 기법이 무위험 차익거래라 손실을 볼 확률이 없다”면서 “우리가 최초지만, 2020년부터 국내에 아비트리지를 활용한 가상자산 운용업체가 여럿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하락장이 심화하면서 이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관계자는 “이론상으로는 ‘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하지만, 실전에서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특히 가상자산 하락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경우 차익거래를 시도해도 매물 자체가 적어 계획대로 매도·매수하지 못하고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FTX 파산에 따른 악영향이 이제서야 발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B&S홀딩스는 홈페이지를 없앴지만, 본래 홈페이지에는 FTX의 토큰 FTT에 투자한다는 설명이 기재돼 있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델리오나 하루인베스트 등 예치 사업자에 맡겨진 이후의 자금흐름은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어 B&S홀딩스 또는 타트레이딩업체가 다른 방식으로 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위탁 운영사 중 한 곳이 허위 경영보고서를 제공했다며 민·형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투자자들은 B&S홀딩스보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용자가 8만명에 달하는 업체인 하루인베스트는 ‘글로벌 톱 파트너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자산을 운용한다고 홍보해 왔지만, 실상은 5명 이하 소규모 인원이 만든 트레이딩 팀(B&S 홀딩스)에 고객 돈을 맡겨 수익을 얻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을 닫았을 때 “우리와는 관계없다”며 선을 그었던 델리오는 하루만에 입장을 바꿔 “사실 우리도 하루인베스트에 돈을 넣었다”고 선언하며 출금을 중단했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투자자 100여명을 대리해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고파이 악몽을 떠올리는 투자자들도 많다. 고파이는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예치서비스다.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 사태로 고파이를 운영하던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파산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자금 500억원 가량이 여전히 묶인 상황이다. 고팍스는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 상환을 약속한 바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파이는 제네시스글로벌캐피탈이 가상자산 대출을 통해 얻은 이자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구조로, 하루인베스트먼트의 운용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가상자산 예치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지면서 바이낸스 인수 승인 등 향후 계획이 더 미뤄질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면 피해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단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FTX 파산 때처럼 연쇄적인 코인 뱅크런(대규모 출금)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하루인베스트가 140개국에서 8만명의 이용자를 모아 누적 거래액이 약 3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델리오도 2021년 기준 누적 예치 실적이 2조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법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고, 가상자산 예치 플랫폼 등 세부 사업자에 대해선 제대로 된 분류조차 없기 때문이다. 델리오는 국내 가상자산 운용사 중 유일하게 VASP 신고 수리를 마치고 ‘당국이 공인한 가상자산 예치·렌딩 1호 사업자’를 내세우며 고객을 유치한 업체인 만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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