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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 거의 5년짜리 작품이네”…2차 하한가 사태 ‘사건의 재구성’ [투자360]
[연합]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이 주도한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국내 주식시장에 다시 한번 무더기 하한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검찰과 금융당국이 이번 동시 하한가 발생 사태의 원인과 주도 세력을 규명하기 위한 발빠른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SG사태처럼 ‘빚투(빚내서 투자)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파생결합상품인 차액결제계좌(CFD)가 동원된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결국 과도하게 대출을 일으켜 매수에 나서는 신용거래가 사태의 촉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사람은 네이버 카페 ‘A투자연구소’의 운영자인 강모씨입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는 50대 남성 강씨는 이 카페에서 이번에 하한가를 맞은 종목 중 동일산업, 동일금속, 대한방직에 대해 길게는 2013년부터 지속 매수 추천 종목으로 거론해 왔습니다. 나머지 두 종목인 만호제강과 방림은 지난해 말과 최근부터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강씨는 이 카페를 통해 종목을 추천하고 소액주주들을 끌어 모았던 걸로 보입니다. 회원 중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자가 나오면 본인이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구해와 매물을 소화해주는 역할도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는 과정 속에서 강씨와 투자자들 사이에는 견고한 신뢰와 끈끈한 관계성이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강씨는 지난 15일 카페에 올린 글에서 “제 꿈과 이상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그 꿈을 실현해 주시기 위해 무지 애쓴 분들의 피해가 너무 커서 그게 죄송할 뿐”이라며 “황망한 중에도 중심 잃지 말고 잘 견뎌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SG사태 후 투자심리가 냉랭해지고, 증권사들이 신용융자에 대한 심사를 보다 보수적으로 강화했습니다. 이에 신용거래 중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서 반대 매매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물량을 던진게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강씨는 카페글을 통해 “저는 어제 하락이 SG(소시에테제네랄) 사태 이후 소형주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제한과 만기연장조차 해주지 않는 증권사들의 만행에 의해 촉발됐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그로 인해 보유하고 싶어도 팔 수 밖에 없게 된 분들의 물량이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었고, 저는 그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는데 제가 큰 부상을 당한 후 나흘 간 아예 말도 잘 할 수 없는 상황이이었기에 평소 제가 하던 새로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핸디캡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폭락 하루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과 금융당국은 강씨가 주식정보 카페를 운영하면서 통정매매를 통한 시세조종을 했는지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SG증권발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라덕연씨처럼 투자자들을 모아 소수 종목의 주가를 장기간 조작했는지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라씨는 미등록 투자컨설팅업체를 설립해, 영업팀과 매매팀을 두고 투자자를 모집한 뒤 팀원들이 매매를 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자금 동원 방식을 보면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주고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씨가 운영한 네이버 카페

강씨는 소액주주들을 모은 뒤 고액 자산가 등을 상대로도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했는지도 의심받는 상황입니다. 그는 투자자 중에는 자신의 고교 동창과 대학 친구, 4개 회사 선후배,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중소기업 경영자, 상장회사 관계자 등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씨는 시세조종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폭락 사태로 이들 종목이 부각되기 전부터 조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씨는 본인은 그동안 우리 증시에서 저평가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정한 배당과 경영 참여 등을 요구하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왔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강씨는 과거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올해 초 대법원은 강씨가 A사 등 특정 중·소형 종목을 선정해 통정매매를 하거나 유통물량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200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현재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의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는 ‘“이야~ 거의 5년짜리 작품이네’, ‘SG사태 2탄 터졌으니 이제 3탄, 4탄 개봉박두?’ 등의 게시글이 올라온 상태입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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