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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값 내렸으면” 추경호 한마디에 라면株 사흘째 ‘추풍낙엽’…중장기적 전망은? [투자360]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의 여파가 국내 주요 라면주(株) 주가를 사흘째 끌어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제기한 이른바 ‘라면플레이션(라면+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이 국내 라면 제조사들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가격 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가 주가에 미칠 악영향보다 고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이 주가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뚜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농심 반등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오뚜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94% 하락한 4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뚜기 주가는 추 부총리의 지난 18일 발언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 오뚜기 주가는 4.87% 내려갔다.

이날 삼양식품 주가 역시 전날보다 0.37% 하락한 10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9일 하루 7.79%나 주가가 떨어진 것에 대한 ‘저가 매수’ 움직임으로 전날 2.09% 반등했지만, 불과 하루만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날 반등세를 탄 라면주는 국내 라면 1위 농심이었다. 농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2% 오른 41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농심 주가가 소폭 상승한 것은 저가 매수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강화된 반면,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이 진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기관 투자자는 19일 하루에만 176억원 어치의 농심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이날엔 24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만 보였다. 이런 흐름 속에 19일 4억원 규모에 머물렀던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는 21일 16억원까지 커지며 기관 투자자의 매물을 받았다.

13년 전 모습의 재현?

라면주 주가가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추 부총리의 지난 18일 발언 떄문이다.

추 부총리는 당시 한 TV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에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에선 사실상 가격을 인하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에 라면 가격 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정부의 권고 이후 라면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는 모습이 13년이 지난 지금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국제 밀가루 가격이 떨어졌는데 식품 가격이 그대로 인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제과-제빵 기업 등의 독점력 남용 여부를 조사했다.

이런 과정 끝에 삼양식품은 5개 주요제품의 가격을 2.9~6.7%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다. “밀가루 가격 인하에도 다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라면 가격 인하에 어려움이 많지만, 원가절감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흡수하기로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후 한국야쿠르트(팔도)·오뚜기에 이어 농심까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실제로 라면 업계는 추 부총리의 발언 이후 가격 인하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모양새다. 다만, 당장 국제 밀 수입가가 실제 제품에 반영되려면 6개월가량의 시차가 걸리는 상황인데다, 생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인건비와 물류비, 전기·수도 요금이 오른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선 ‘해외 시장 호조’가 더 중요

라면 가격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라면주 주가에는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팔도와 오뚜기도 각각 9.8%, 11.0% 올렸다.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저가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 덕분에 라면 업체들은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3분기 단행한 라면 가격 인상 이후 원재료인 밀, 팜유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발생한 이윤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며 “라면 가격 인하 시 이 같은 메리트가 사라지게 되면서 라면 제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일정 규모의 수익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단순 판매 가격 외에도 해외 시장 수요 증가, 러시아 흑해 곡물 협정 재연장과 곡물 생산비용(비료) 안정화 흐름 등 투입곡물가 부담이 완화되는 점이 주가엔 긍정적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해외 시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의 26%, 50%가 해외로부터 창출되며 이익 기여도가 상승한다”며 “특히 미국 2공장 가동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1위 사업자와의 점유율 역전도 기대해볼 수 있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삼양식품 등에겐 가격 인상이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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